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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바닥까지 뜯어 속살 드러낸 비행기…“정비로 새 것처럼”

등록 2014-07-01 20:11수정 2014-07-01 22:21

서울 공항동 격납고 정비창 공개

축구 경기장 2개 합친 크기
1700여명 3교대 24시간 근무
정밀점검 D체크 국내에선 유일
“회사 경비 10% 정비예산 투입”
국내 프리미엄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이 1일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서울 공항동 격납고 정비창의 맨살을 전면 공개했다. 저비용 항공사를 포함한 국내 다른 6개 항공사와는 달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 기종 전부에 대해 A~D체크까지 자체 정비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이다. 테크센터를 갖춰 항공기 페인팅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된 공항동 격납고는 축구 경기장 2개를 합친 규모였다. 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 크기로 대형기인 보잉747 2대와 중형기 A330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 몸통은 물론 엔진, 주날개, 꼬리날개, 시트, 에어컨 배선까지 검사와 수리, 개조 등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전국 5곳에 흩어진 격납고의 정비 인력 3400여명 가운데 절반인 1700여명이 이곳에서 하루 3교대로 24시간 내내 일하고 있다.

이날 격납고에는 마침 중정비에 해당하는 C체크 점검을 위해 보잉737기가 해체작업에 들어간 상태였고, A체크를 받기 위해 소형 전세기 2대가 대기중이었다. 사다리를 타고 수리중인 보잉기 내부에 들어가 봤다. 기장석과 탑승객 좌석은 물론 바닥 시트까지 모두 들어낸 채 각종 정비기구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일부 구간에는 아래쪽 화물칸 연결부위 바닥까지 전부 뜯어내 보온재 등이 너덜너덜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화장실 설비와 룸서비스를 위한 갤리(기내 주방) 설비도 모두 뜯겨져 나가 있었다.

결함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정비에 해당되는 만큼 말 그대로 오장육부를 드러내고 비행기의 모든 속살을 일일이 들여다봄으로써 무결점 비행기로 새로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정비업계에서는 경정비에 해당하는 A체크(자동차 엔지오일처럼 소모품 정비 지칭. 1~2개월 주기) 외에 2년 주기의 정기점검인 C체크, 평균 6년 주기의 정밀점검인 D체크 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제적 정비역량을 평가받는다고 한다.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제주항공만 최근 경정비 시설을 갖춰 A체크 정도만 자체 처리하고 있을 뿐, 중정비는 대만과 중국 등 외국에 모두 물량을 맡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하반기 인천공항에 제2격납고를 짓고 중정비 사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항공기 페인팅 공정이 미비된 상태여서 대형 여객기의 경우 당분간 외국에 중정비를 맡기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C체크부터는 정비의 차원이 휠씬 높고 까다로워진다. 비행타임이 6000시간을 지났거나, 상업비행을 시작한 지 2년을 경과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이착륙 횟수가 5500번을 넘긴 경우도 포함된다. 오랜 운항으로 피로가 누적된 부분이 생겼을 가능성까지 모두 체크하는 것이다. 깨지거나 손상된 부품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좌석부터 엔진, 심지어 화장실 설치 공간까지 여객기 내·외부를 통째로 뜯어서 살핀다.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던 비상 물품 등도 점검 대상이다. 6년을 경과한 경우 D체크 정비를 통해 완전히 새 비행기가 된다는 게 정비사의 설명이다.

이날 함께 공개된 본사 8층의 통제센터는 운항과 탑재, 기상 등과 관련한 각 분야 전문가 140여명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이른바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 구실을 맡고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전세계 지도 형식의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항공기의 이동 현황이 나타났고, 국내 주요 국제공항의 비행기 이착륙 현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설명회에서 “회사 소요경비 가운데 10%에 이르는 1조원이 매년 정비 예산으로 투입된다”며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무사고 운항을 이어온 덕분에 초창기 1억2000만달러에 이르던 항공보험료도 이제는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이동수단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안전성 확보는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투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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