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축된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으나, 추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날 한은은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전망치인 4.0%에 견줘 0.2%포인트 낮은 3.8%로 하향조정했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세월호 사고의 영향을 반영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데 주로 따른 것이다. 최근 실적치 등을 고려해 건설 투자 증가율 등도 소폭 축소했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소비와 투자를 두 축으로 하는 내수 침체가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특히 내수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율이 애초 3.1%에서 2.3%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지난 4월 내수가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번 수정 전망에서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내수에 견줘 더 클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약 800억달러를 웃도는 8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물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지난달과 같은 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째 동결됐다. 다만 금통위는 경제 흐름과 관련해 전달에 “(국내 경제)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밝혔으나, 이날은 “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전보다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이 총재는 또 “(정부와 한은이) 고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 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돼야 한다”고 말해, 정부의 경기부양 움직임에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공조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류이근 송경화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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