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다 자산규모 커 이자소득 감소”
중앙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계 부채 증가를 언급하고 나섰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채권시장 등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은 가계의 자산 규모가 부채보다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체 가계를 놓고 봤을 때 기준금리를 낮춰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것보다, 금융자산에서 파생되는 이자 등 소득이 줄어드는 몫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뜻”이라며 “가계 부채 증가가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시장 등에서 크게 형성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상충되는 부작용을 언급한 것이어서,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가계 부채의 증가를 경제의 성장잠재력의 하락, 경제 부문간 불균형과 함께 앞으로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소득에 견준 가계 부채의 수준을 완만히 줄여나가는 동시에 취약한 가계 부채의 구조 개선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 부채는 처분가능소득에 견줘 1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엔 은행권에 견줘 규제가 느슨한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대규모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은 낮으나 특정 부분 가계부채 취약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소득 하위 20%(1분위)의 경우 20.8%에 이르고,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과다 채무가구’ 비중도 전년도 8.7%에서 지난해 11.1%로 늘었다.
이 총재는 또 “(경제)성장과 소득간 선순환 강화를 위해 가계와 기업간 소득 불균형 완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서비스업 등 고용창출 주도 부문의 생산성 및 임금 제고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고도 성장기에는 수출을 통한 성장전략이 효과적이었으나 지나친 수출 의존으로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약화됐다”면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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