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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우리쌀 지킬 최후 보루는 ‘높은 관세율 유지’

등록 2014-07-18 19:36수정 2014-09-14 23:52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선언한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민들이 이를 규탄하며 청사를 향해 뿌린 쌀알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선언한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민들이 이를 규탄하며 청사를 향해 뿌린 쌀알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스분석 쌀시장 내년부터 전면개방]
관세만 내면 외국쌀 무한수입
정부 “관세율 9월말까지 결정”
농민단체들, 400~500% 요구
“지속적 유지 위해 법제화해야”
정부가 18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공식 결정하면서, 이제 국내 쌀시장 전면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전문가와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얼마나 높은 관세율을 매기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국내 쌀시장 보호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쌀 관세화 결정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는 적용 관세율과 관련해 “농업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며 “관세율을 결정하는 방식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나와 있으며 협상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300~500%를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의 계산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관세율에 대해 신중, 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9월 말까지 결정해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재 우리 쌀 가격은 80㎏(한가마)에 17만원 선인데, 외국산은 6만5000~7만원 수준이다. 관세율을 300%만 부과하더라도 24만~25만원이 된다. 관세화되더라로 외국쌀 수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에 수입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부과해 막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쌀 관세화 때 적용될 관세율은 ‘관세상당치(Tariff equivalents)-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감축률(10%)’로 산정한다. 관세상당치란 국내외 가격차로 계산한 비관세 보호 효과에 상응한 관세를 말하며 ‘(국내쌀값-국제쌀값)/국제쌀값×100(%)’으로 계산한다. 쌀값은 1986~88년 3년 동안의 평균치를 사용한다. 관세는 ‘관세상당치×0.9’로 결정된다. 0.9를 곱하는 것은,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은 비관세 장벽(수입물량 제한 등)을 없애고 관세를 설정한 뒤 수입 개방하도록 했는데, 그 관세를 선진국의 경우 최소 15%, 개발도상국은 최고 10%만큼 감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쌀 관세를 10% 감축해서 적용하게 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관세상당치를 510%까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400% 이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높은 관세율을 매기더라로 다른 무역협상에서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국민 약속이나 법제화를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동필 장관은 “그동안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앞으로 체결될 모든 자유무역협정에서 쌀은 ‘양허’(세계무역기구 체제 아래서 다른 회원국에 대한 약속)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체결되더라도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월 수입쌀에 매길 관세율과 구체적 쌀산업발전대책을 발표한 뒤 세계무역기구 시장접근위원회에 ‘수정양허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후속 절차를 시작한다. 이어 모든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이를 회람하며, 제출 3개월 이내에 회원국의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 한 사무총장에 의해 세계무역기구의 인증이 확정된다. 검증기간은 규정상 관세화 이행 전 3개월이다.

1999년과 2003년 각각 쌀을 관세화한 일본과 대만의 경우, 세계무역기구 인증까지 약 2년과 5년이 걸린 만큼, 우리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일본과 대만은 규정에 따라 3개월 뒤 일단 자국이 정해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한 관세율에 따라 쌀을 수입했다. 농식품부는 일본과 대만은 한국에 비해 조기에 쌀 관세화를 받아들였는데, 이후 의무수입물량 외에 추가 수입물량은 연간 500t 미만으로 미미한 편이라고 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 이후 지난 20년 동안 세계무역기구로부터 쌀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대우’를 받은 한국은 5%의 관세율을 매긴 의무수입물량(MMA)만큼만 수입하도록 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할 수 있었다.

쌀 관세화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는 의무수입물량(올해 40만9000t·국내 소비량의 9%)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들어오는 외국산 쌀을 받아들여야 한다.

의무수입물량의 쌀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5%의 관세율만 붙여 수입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이외의 외국산 쌀은 관세만 납부하면 허가 없이도 내년부터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 정부가 앞으로 높은 관세율을 지켜내지 못하면 국내 쌀 농가는 풍전등화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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