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요구’ 출자전환 대신
1500억원 규모 채권 전액 유예
1500억원 규모 채권 전액 유예
이동통신 3사가 앞으로 2년 동안 팬택에 대한 채권행사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법정관리 문턱까지 몰렸던 팬택이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통 3사는 24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 팬택 상거래 채권의 상환을 향후 2년 간 무이자 조건으로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환을 유예하는 채권은 총 1531억원 규모로, 24일 현재 이동통신 3사가 팬택과의 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상거래 채권 전액이 대상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팬택 채권단은 지난달 채권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통 3사의 채권 출자전환을 전제조건으로 걸었다. 채권단이 이통사들에게 팬택의 생사여탈권을 떠민 셈이다. 그동안 채권단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이통 3사가 이날 출자전환은 아니지만 채무상환 유예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통사들이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한 만큼 채권단도 출자전환 또는 채무상환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팬택이 25일까지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어음이 500억원 규모다.
팬택은 이통사들이 팬택 단말기를 일정 수량씩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최소 판매 물량 보장’도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통사들은 보도자료에서 “단말기 구매는 이동통신 3사가 시장에서 고객 수요 및 기존 재고 물량 등 각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하여 사업자별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팬택은 마케팅 경쟁 격화 등에서 밀려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2012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해 올 3월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회생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말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 시리즈가 선전해 올해 1·2월 소폭의 흑자를 냈고, 지난 5월 신제품 ‘베가 아이언2’를 출시하며 회생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이통 3사의 영업정지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팬택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3사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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