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물가상승률 1.4% 그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더 커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더 커져
서울 여의도에서 증권사에 다니는 김아무개(45) 팀장은 가끔 다니는 식당의 백반값이 최근 1000원이 내린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아닌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을 내려서라도 손님을 한명이라도 더 받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외식비 뿐만 아니라 식료품, 농산물 등 우리나라의 모든 서비스와 재화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최근에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1~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에 견줘 1.4%에 그쳤다. 이는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1%대 아래로 떨어졌던 적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 한해 뿐이었다. 1%대에 불과한 낮은 물가상승률은 공급에 견줘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언뜻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이 내리면 항상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31일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경로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이라고 봤던 판단을 바꾼 것이다. 지금껏 한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물가가 상승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것이었는데,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내리는 게 걱정이 된 상황이다. 한은은 방어해야 할 중기 물가 목표 수준은 2.5%~3.5%다. 그런데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한 물가는 3년째 1~2%대를 맴돌고 있다.
이렇듯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현재 2.5% 수준인 한은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금리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더 풀리기 마련인데, 그에 따른 물가상승이란 부작용을 덜 걱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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