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전용기는 여러 상징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모델명에 전자계의 거인(Electronic Giant)이라는 의미의 약자(EG)가 붙고, 날개엔 파란색 글씨로 삼성을 가리키는 에스(S)가 그려져 있다. 사진은 2011년 3월 한 사진가가 스위스 취리히공항에서 찍은 것이다. 출처 플리커, BY-SA
[토요판] 뉴스분석 왜? 삼성전자의 새 전용기
▶ 전용기(專用機), 뜻풀이를 하면 특정한 사람만이 사용하는 비행기란 의미입니다. 영어로는 프라이빗 젯(private jet) 혹은 비즈니스 젯(business jet)이라고도 합니다. 두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우리말로는 전용기라고 통칭합니다. 어차피 대통령 혹은 대기업 회장 전용기이기 때문이죠. 올해 5월과 7월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새 전용기를 도입하면서 국내 대기업 회장의 전용기는 총 8대가 됐습니다.
예년에 비해 부진한 실적과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돌풍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삼성전자에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이 7월에만 두 번이나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이때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과 막후 협상이나 교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업계의 추측이다.
이 부회장의 행보와 함께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이 있다. 바로 이 부회장이 탔던 비행기다. 그는 삼성전자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가끔 전용기를 이용하곤 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을 다닐 땐 민항기를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전용기를 이용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특히 이번에 탄 전용기는 삼성이 6년 만에 교체한 새 비행기로 올해 5월5일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평소 전용기를 자주 이용하는 이건희 회장은 아직 타보지도 못한 비행기다. 이 회장은 96일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지난 4월17일 기존의 전용기를 타고 입국했고, 5월10일 밤부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중이다. 삼성의 새 전용기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인 것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삼성그룹 전용기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나 등기임원들이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주로 미등기임원이자 ‘총수’라고 불린 이건희 회장의 자가용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이 이용한 새 전용기는 어떤 비행기일까. 또다른 대기업들은 어떻게 전용기들을 운용하고 있을까.
삼성이 5월 도입한 새 전용기
780억원짜리 보잉 737-700기종
중간급유 없이 5300마일 비행
미국-뉴질랜드를 최단시간에 주파
뉴질랜드 현지 업체간 소송도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때
4대 그룹 전용기도 함께 떠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할 때는 총수들
이례적으로 대통령전용기 동승 미 연방항공국 누리집에서 조회 가능 미 연방항공국(FAA·Federal Avation Administration) 누리집에 들어가면, 미국 내에서 등록하고 인증을 받은 항공기 조회(aircraft inquiries)가 가능하다. 삼성의 전용기를 찾으려면 모델명에 알파벳 이지(EG)를 입력하면 된다. 전자계의 거인(Electronic Giant)을 의미하는 이 약자는 항공제조업체 보잉사가 삼성에 부여하는 고객부호다. 보잉사는 1950년대부터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문한 고객에 맞는 고유 코드명을 부여하고 있다. 이 비행기의 모델명은 737-7EG다. 이는 ‘보잉 737-700 기종이며 삼성이 제조를 의뢰한 고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델명은 나중에 삼성이 다른 업체에 비행기를 매각해도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부호만 알고 있으면 해당 비행기를 처음 구매한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셈이다. 보잉 737-700은 승객 120~130여명을 태울 수 있는 기종이다. 기본가격은 7500만달러가량, 약 780억원에 달한다. 이 비행기는 세계 유명 기업들의 경영자들과 부호들이 애용하는 기종이기도 하다. 이들은 내부를 개조해 12~20개의 좌석과 거실, 주방, 욕실 등을 갖춘 전용기로 만든다. 삼성은 2002년부터 이 기종을 사용하기 시작해 6년마다 같은 기종의 새 비행기로 교체했다. 미 연방항공국의 누리집을 보면, 삼성의 새 전용기는 2012년 8월2일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는 증명서인 ‘감항증명서’(airworthiness certification)를 획득했고, 올해 5월2일 미 연방항공국에 등록이 취소됐다. 취소 이유는 ‘수출됨’이고, 수출 국가는 ‘한국’이다. 감항증명서를 획득하고 한국에 수출되기까지 1년6개월간 비행기는 단장을 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공개한 문서를 보면, 이 전용기는 7개의 보조 연료탱크를 추가로 설치해 연료탱크의 총용량을 6875갤런에서 1만167갤런으로 늘렸다. 이 비행기의 연비는 1갤런당 0.78마일(1.25㎞)로 기본 장착된 연료탱크로는 5300마일의 비행이 중간급유 없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의 운항거리가 5900여마일, 뉴욕까지가 6900여마일, 영국 런던까지가 5650여마일로 기존 연료탱크로는 부족하다. 보조 연료탱크까지 합하면 운항 가능 거리는 7930마일까지 늘어난다. 남미나 아프리카를 제외한 웬만한 곳까진 한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이 비행기는 2012년 9월14일 인테리어를 위해 미국에서 뉴질랜드로 출발했다. 보잉사는 자사의 누리집을 통해 이때 삼성의 전용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 13시간7분54초로 비즈니스 항공기 가운데 최단시간 세계기록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이 비행기가 낳은 화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치용씨가 공개한 뉴질랜드의 재판 기록과 판결문을 보면, 삼성 전용기의 인테리어를 둘러싸고 뉴질랜드 현지 업체간 손해배상 소송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알티튜드사’와 2011년 6월 3400만뉴질랜드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밝혀졌다. 비행기를 사용하기 3년 전에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등 삼성이 전용기 내부 단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며 인테리어 금액은 우리 돈으로 300여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소송은 알티튜드사가 ‘아에로스페이스’라는 업체에 약속한 하청일감을 주지 않아서 발생했다. 알티튜드사는 삼성 쪽이 다른 인테리어 업체의 참여를 반대해 일감을 주지 못했다고 법원에서 진술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테리어를 마친 전용기는 올해 5월5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삼성전자 소유이고, 국내에 도입해 운영하는 업체는 삼성테크윈이다. 한국 국토교통부가 부여한 편명은 HL8270이다. 이로써 삼성은 3대의 항공기를 전용기로 보유하게 됐다. 하나는 2008년부터 6년간 이용했던 같은 보잉 737-700 기종이고, 다른 하나는 항공기제조업체 ‘봉바르디에사’가 만든 글로벌 익스프레스(모델명 BD-700-1A1D)다.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빌 게이츠의 전용기로 유명한 기종이기도 하다. 삼성이 전용기 내부를 어떻게 단장했는지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삼성이 2008년 전세기 운용업체 ‘아브젯(avjet)사’에 매각한 비행기가 이 업체의 누리집에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누리집을 보면, 이 비행기는 조종사, 승무원을 제외하고 16개 좌석이 있고, 침대가 설치된 방과 거실, 욕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거실엔 위성을 이용한 방송, 인터넷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 이 전세기의 대여료는 1시간에 1만2500달러로 인천에서 뉴욕까지 간다면 14시간가량이 걸리므로 2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론 삼성이 이 비행기를 매각한 이후 내부 단장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 금융위기 땐 쌍용·대우 전용기 매각 삼성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용기를 가진 업체라면, 현대차는 가장 최근에 전용기를 도입한 곳이다. 현대차가 도입한 새 전용기는 삼성과 같은 기종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엘지(LG), 에스케이(SK), 한화가 전용기를 1대씩 보유중이다. 한화는 삼성과 현대차그룹과 같은 기종인 보잉 737-700 기종을 2010년 9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엘지와 에스케이는 보잉 737-700 기종보다 약간 작은 미 걸프스트림사가 제조한 G550 기종을 사용한다. 국내 4대 대기업이 모두 전용기를 보유해 회장들이 대통령과 해외 순방을 동행할 경우 대통령 전용기인 코드원(code-1)이 이륙한 이후에 4대 그룹의 전용기가 잇따라 출항한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도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대통령 전용기에 대기업 회장이 동승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이집트·나이지리아·알제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할 당시 경제 4단체장이 동승했던 사례가 오히려 이례적이다. 전용기의 행선지는 각 기업의 사업 특성과 현황을 반영한다. 삼성과 엘지의 전용기는 주 소비처와 생산공장이 있는 북미와 유럽 등을 자주 방문했고, 중국 시장을 중요시하는 에스케이는 중국을 자주 찾았다. 이라크에서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는 한화는 중동 방문이 잦다. 국내에선 1991년 쌍용그룹의 김석원 당시 회장이 처음 전용기를 도입 했다. 김 전 회장은 캐나다산 챌린저 항공기를 도입했고, 이어 김우중 대우그룹 당시 회장이 같은 기종을 구매했다. 두 업체는 공교롭게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의 경제위기로 그룹이 해체됐고, 전용기도 매각됐다.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현지 공장, 법인, 거래처 등을 상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것을 전용기의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삼성 쪽이 ‘개인적 이유’, ‘휴가’ 등으로 밝히는 이건희 회장의 해외 방문에 전용기가 사용되는 일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는 등 기업 내에서 전용기의 사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780억원짜리 보잉 737-700기종
중간급유 없이 5300마일 비행
미국-뉴질랜드를 최단시간에 주파
뉴질랜드 현지 업체간 소송도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때
4대 그룹 전용기도 함께 떠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할 때는 총수들
이례적으로 대통령전용기 동승 미 연방항공국 누리집에서 조회 가능 미 연방항공국(FAA·Federal Avation Administration) 누리집에 들어가면, 미국 내에서 등록하고 인증을 받은 항공기 조회(aircraft inquiries)가 가능하다. 삼성의 전용기를 찾으려면 모델명에 알파벳 이지(EG)를 입력하면 된다. 전자계의 거인(Electronic Giant)을 의미하는 이 약자는 항공제조업체 보잉사가 삼성에 부여하는 고객부호다. 보잉사는 1950년대부터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문한 고객에 맞는 고유 코드명을 부여하고 있다. 이 비행기의 모델명은 737-7EG다. 이는 ‘보잉 737-700 기종이며 삼성이 제조를 의뢰한 고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델명은 나중에 삼성이 다른 업체에 비행기를 매각해도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고객부호만 알고 있으면 해당 비행기를 처음 구매한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셈이다. 보잉 737-700은 승객 120~130여명을 태울 수 있는 기종이다. 기본가격은 7500만달러가량, 약 780억원에 달한다. 이 비행기는 세계 유명 기업들의 경영자들과 부호들이 애용하는 기종이기도 하다. 이들은 내부를 개조해 12~20개의 좌석과 거실, 주방, 욕실 등을 갖춘 전용기로 만든다. 삼성은 2002년부터 이 기종을 사용하기 시작해 6년마다 같은 기종의 새 비행기로 교체했다. 미 연방항공국의 누리집을 보면, 삼성의 새 전용기는 2012년 8월2일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는 증명서인 ‘감항증명서’(airworthiness certification)를 획득했고, 올해 5월2일 미 연방항공국에 등록이 취소됐다. 취소 이유는 ‘수출됨’이고, 수출 국가는 ‘한국’이다. 감항증명서를 획득하고 한국에 수출되기까지 1년6개월간 비행기는 단장을 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공개한 문서를 보면, 이 전용기는 7개의 보조 연료탱크를 추가로 설치해 연료탱크의 총용량을 6875갤런에서 1만167갤런으로 늘렸다. 이 비행기의 연비는 1갤런당 0.78마일(1.25㎞)로 기본 장착된 연료탱크로는 5300마일의 비행이 중간급유 없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의 운항거리가 5900여마일, 뉴욕까지가 6900여마일, 영국 런던까지가 5650여마일로 기존 연료탱크로는 부족하다. 보조 연료탱크까지 합하면 운항 가능 거리는 7930마일까지 늘어난다. 남미나 아프리카를 제외한 웬만한 곳까진 한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이 비행기는 2012년 9월14일 인테리어를 위해 미국에서 뉴질랜드로 출발했다. 보잉사는 자사의 누리집을 통해 이때 삼성의 전용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 13시간7분54초로 비즈니스 항공기 가운데 최단시간 세계기록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이 비행기가 낳은 화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치용씨가 공개한 뉴질랜드의 재판 기록과 판결문을 보면, 삼성 전용기의 인테리어를 둘러싸고 뉴질랜드 현지 업체간 손해배상 소송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알티튜드사’와 2011년 6월 3400만뉴질랜드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밝혀졌다. 비행기를 사용하기 3년 전에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등 삼성이 전용기 내부 단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며 인테리어 금액은 우리 돈으로 300여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소송은 알티튜드사가 ‘아에로스페이스’라는 업체에 약속한 하청일감을 주지 않아서 발생했다. 알티튜드사는 삼성 쪽이 다른 인테리어 업체의 참여를 반대해 일감을 주지 못했다고 법원에서 진술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테리어를 마친 전용기는 올해 5월5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삼성전자 소유이고, 국내에 도입해 운영하는 업체는 삼성테크윈이다. 한국 국토교통부가 부여한 편명은 HL8270이다. 이로써 삼성은 3대의 항공기를 전용기로 보유하게 됐다. 하나는 2008년부터 6년간 이용했던 같은 보잉 737-700 기종이고, 다른 하나는 항공기제조업체 ‘봉바르디에사’가 만든 글로벌 익스프레스(모델명 BD-700-1A1D)다.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빌 게이츠의 전용기로 유명한 기종이기도 하다. 삼성이 전용기 내부를 어떻게 단장했는지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삼성이 2008년 전세기 운용업체 ‘아브젯(avjet)사’에 매각한 비행기가 이 업체의 누리집에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누리집을 보면, 이 비행기는 조종사, 승무원을 제외하고 16개 좌석이 있고, 침대가 설치된 방과 거실, 욕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거실엔 위성을 이용한 방송, 인터넷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 이 전세기의 대여료는 1시간에 1만2500달러로 인천에서 뉴욕까지 간다면 14시간가량이 걸리므로 2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론 삼성이 이 비행기를 매각한 이후 내부 단장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 금융위기 땐 쌍용·대우 전용기 매각 삼성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용기를 가진 업체라면, 현대차는 가장 최근에 전용기를 도입한 곳이다. 현대차가 도입한 새 전용기는 삼성과 같은 기종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엘지(LG), 에스케이(SK), 한화가 전용기를 1대씩 보유중이다. 한화는 삼성과 현대차그룹과 같은 기종인 보잉 737-700 기종을 2010년 9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엘지와 에스케이는 보잉 737-700 기종보다 약간 작은 미 걸프스트림사가 제조한 G550 기종을 사용한다. 국내 4대 대기업이 모두 전용기를 보유해 회장들이 대통령과 해외 순방을 동행할 경우 대통령 전용기인 코드원(code-1)이 이륙한 이후에 4대 그룹의 전용기가 잇따라 출항한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도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대통령 전용기에 대기업 회장이 동승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이집트·나이지리아·알제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할 당시 경제 4단체장이 동승했던 사례가 오히려 이례적이다. 전용기의 행선지는 각 기업의 사업 특성과 현황을 반영한다. 삼성과 엘지의 전용기는 주 소비처와 생산공장이 있는 북미와 유럽 등을 자주 방문했고, 중국 시장을 중요시하는 에스케이는 중국을 자주 찾았다. 이라크에서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는 한화는 중동 방문이 잦다. 국내에선 1991년 쌍용그룹의 김석원 당시 회장이 처음 전용기를 도입 했다. 김 전 회장은 캐나다산 챌린저 항공기를 도입했고, 이어 김우중 대우그룹 당시 회장이 같은 기종을 구매했다. 두 업체는 공교롭게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의 경제위기로 그룹이 해체됐고, 전용기도 매각됐다.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현지 공장, 법인, 거래처 등을 상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것을 전용기의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삼성 쪽이 ‘개인적 이유’, ‘휴가’ 등으로 밝히는 이건희 회장의 해외 방문에 전용기가 사용되는 일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는 등 기업 내에서 전용기의 사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