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통위…전문가, 0.25%p↓ 예측
미국 테이퍼링·금리인상 대비
인상폭·기간 제한적 가능성
미국 테이퍼링·금리인상 대비
인상폭·기간 제한적 가능성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지금의 2.5%에서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앙은행 스스로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멍석’을 깔아왔다. 금통위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리인하에 찬성하는 1명의 소수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금리 동결을 주장한 나머지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서도 4명이 경기하방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금통위의 분위기는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는 진단으로 표출됐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듯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4월)보다 0.2%포인트 낮은 3.8%로 낮췄다. 성장률 절대치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와 이후 내수부진의 우려가 한층 커진 상황에서, 전망치의 하향 조정은 시장에 돈을 더 풀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불쏘시개로 쓰였다. 한은은 또 지난달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경로에는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혀, 금리인하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 한은이 지난해 5월 이후 유지해왔던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쪽으로 차곡차곡 명분을 쌓아온 배경엔 외부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명 초기부터 재정 확대 등을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이에 중앙은행이 공조해줄 것을 공공연하게 요청해왔다. 정부는 정책금융 등을 활용해 최소 41조원 이상의 돈을 풀겠다면서, 이미 경기부양 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상태다.
금융시장도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최 부총리 지명 전날(6월12일) 2.79%였던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8일 2.50%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치권마저 금리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과감한 재정정책뿐 아니라 금리인하 등 선제적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장, 정치권의 요구와 기대 등이 뒤섞인 압력이 중앙은행에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자신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정책공조 등을 강조해온 터여서, 이같은 외부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금리 인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그게 오히려 ‘깜짝 동결’이 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일회적, 한시적 인하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오는 10월로 예정한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과 내년 하반기께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금리인상에 앞서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가 성장을 거의 멈췄을 때도 기준금리를 2.0%로 유지했던 만큼, 올해 3%대 후반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경제 상황에서 현재 2.5%인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번에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지금의 경기 둔화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 자칫 상승작용을 일으켜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가 기존 대출의 이자상환 부담을 완화시켜 실질 가계소득 증대의 수단으로 사용돼야지, 신규 가계대출 확장 쪽으로 번져나가서는 안된다”며 “한은이 단순히 금리만 낮추면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쪽에 금융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조합을 적극 주문하거나, 직접 그런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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