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모디슈머 라면’ 열풍
불닭볶음면은 어떻게 모디슈머 라면의 선두주자가 됐나
2012년 4월 출시되어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콤한 맛의 ‘불닭볶음면’. 시장에 새얼굴을 내미는 라면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될까? 불닭볶음면은 출시 당시에는 시장의 반응이 거의 없었다. 1987년 출시됐다 우리 기억에 사라진 ‘이백냥’이나 70년대 출시한 ‘삼양냉면’, ‘카레라면’ 꼴 나기 십상이었다. 삼양식품연구소 전영일소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불기 시작한 모디슈머 바람의 영향이 컸다”라고 말한다. ‘제조사가 제시한 표준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조리가 간편한 라면은 모디슈머들이 다루기에 대중적인 재료였다. 이들이 만든 독창적인 레시피는 블로그에 올라갔고 만들어먹어본 사람들의 후기가 댓글로 이어졌다. 불닭볶음면과 짜파게티를 섞은 일명 ‘불닭게티’는 ‘짜파구리’의 인기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모디슈머 라면은 주로 젊은 층이 만든다. 국물 없고, 볶거나 비벼는 조리법에, 매운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전소장은 주소비층을 20~30대로 잡았다. 그는 매운 맛을 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연구원, 마케팅팀원들과 맵기로 소문난 맛집을 다녔다. 주로 홍대거리를 섭렵했다. 혀에 각인된 경험을 바탕으로 매운 맛을 내는 재료들을 골랐다. 청양고추, 멕시코의 ‘아바네로‘(habanero), 베트남산 고추,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 등을 구입했다. 스콜빌지수(SHU. 매운맛을 측정하는 지수)를 따졌다. 지나치게 매운 부트 졸로키아는 배제하고 나머지 3가지를 여러 가지 배합률로 섞었다. “첫 맛은 강하게 맵지만 마지막 맛은 여운이 남을 정도로 맛있어야 한다.” 연구원들과 여러 차례 실험 한 결과 스코빌지수 4400의 수프를 개발했다. 여운은 ‘그릴에 구운 치킨’ 맛을 첨가해 완성했다. 매운 맛이 완성되자 일사천리로 개발은 진행됐다. 면은 삼양라면보다 굵었다. “끓이고 볶기 때문에 가늘면 쉽게 면이 퍼진다.” 삼양라면보다 0.2~0.3mm 정도로 굵은, 4분30초 조리시간을 견딜 수 있는 면 가락이 완성됐다. 오전 10시부터 하루 4번, 그와 연구원들은 라면을 끓이고 맛을 봤다. 결과는 마케팅팀으로 보내졌다. 실험과 분석과정이 1년 이상 걸렸다. 신제품은 주로 겨울에 출시하지만, 불닭볶음면은 예외였다. 보통 라면은 추운 날 먹는 음식이라거 생각한다. 불닭볶음면은 3개월이면 소비자의 선택이 결판난다는 일반적인 법칙을 벗어난 라면이다. 특별한 광고 캠페인도 없었다. “광고를 굳이 안 해도 재구매가 이뤄지면 성공한 라면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불닭볶음면. 사진 삼양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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