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 집을 산다고 치자. 오늘 2%인 대출금리가 내일부터 1%로 낮아진다는 것을 알면 어떨까? 하루만 기다리면 매달 8만3000원을 아낄 수 있는데도 오늘 집을 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반대로 4%인 예금금리가 내일부터 3%로 떨어지는 것을 아는데도 느긋하게 있다가 은행에 내일 돈을 맡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 따라붙는 이자(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이익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2.5%인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은행에 1억원을 맡기거나 대출받은 사람에게 한달마다 2만원의 이자 수입의 증가 또는 감소를 가져오는 결정이다. 이날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지만 불과 두세달 전만 해도 이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간에 세월호 참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등장 등 변수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금리가 어떻게 바뀔지 불과 두세달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더군다나 석달 전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이 “타당하다”, “올바르다”고 말한 터여서,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다소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란 것을 도입하고 있다. ‘선제적 안내’ 정도로 번역되는 이 정책은 앞으로 실업률이나 물가 등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리거나 오르면 그 때 기준금리를 조정하겠다는 일종의 지침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은 실업률(실업자/경제활동인구)이 각각 ‘완전고용’ 수준(5% 안팎)과 7% 수준 아래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고용시장이 충분히 호전되기 전까지는 돈줄을 조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겨레> 7월10일치 17면
한은도 이런 사전 안내를 통해 기준금리의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지금 상당히 논의와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로(0)금리를 유지하는 몇몇 선진국 중앙은행의 특수한 정책으로 치부해왔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총재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외부의 지적에 대한 공감에서 나왔다”며 “이를 위해 올 안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그대로 도입할지 아니면 다른 형태를 취할지 등을 결정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도입된다면, 만약 경기가 호전돼 현재 2.25%인 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가 금융위기 이전 월평균 4.32%(1999년 5월~2008년 9월) 수준을 향해 인상돼가는 궤도를 밟을 경우, 경제주체들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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