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897채 중 45채가 ‘대출 0’
수도권 매입 65% 실거래가 수준
집값 상승 부추겨…“재검토해야”
수도권 매입 65% 실거래가 수준
집값 상승 부추겨…“재검토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으로 추진된 하우스푸어의 주택 매입 사업에서 담보대출 없는 주택을 45채나 매입하고, 수도권에서는 65%의 주택을 실거래가로 매입하는 등 애초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받은 ‘희망임대주택리츠 1~2차 매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8월 1차, 12월 2차 사업에서 모두 2553억원을 들여 매입한 주택 897채 가운데 257채(28.7%)가 담보대출 비율이 50% 미만인,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주택이었다.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최고 70%다. 심지어 45채(5.0%)는 아예 담보대출이 1원도 없는 주택이었다.
또 토주공은 수도권에서 매입한 789채 가운데 514채(65.1%)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역경매 방식으로(감정평가액 대비 매도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사정이 급한 하우스푸어의 집을 매입하겠다던 국토교통부의 애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실거래가 미만으로 매입한 경우는 2.8%(22채)에 그쳤다.
결국 국토부와 토주공은 하우스푸어 대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하우스푸어가 아닌 사람들의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 해당 주택의 담보인정비율, 총부채상환비율, 해당 지역의 주택 실거래가 등을 적용했다면 담보대출이 적거나 가격이 높은 주택들은 매입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사업은 하우스푸어 대책이라기보다는 ‘주택가격 띄우기’ 사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2013년 7월1일~8월10일 전용면적 85㎡ 주택 5건의 실거래가는 3억3700만~3억6900만원이었으나, 8월11~20일 토주공이 2채를 3억7200만원, 3억7600만원에 사들인 뒤 실거래가가 올랐다. 8월21일~9월30일 거래된 7채 가운데 3억7000만원대의 주택이 4채나 된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이 사업은 하우스푸어 대책이 아니며, 집값을 올리는 데 목표가 있다. 현재 진행중인 3차 매입을 중단하고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박 대통령의 주택분야 대표 공약이었다. 치적을 위해 문제점이 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성순 토주공 재무관리처장은 “1~2차 사업을 1000채 매입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담보대출이 적어도 매입한 경우가 있었다. 또 지나친 저가·급매물 주택이 하우스푸어의 근본 원인이 된다고 보고 예방 차원에서 적정한 가격에 산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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