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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봉사활동·인턴 경험·수상 경력·성형…
갈수록 더해진 ‘필수 스펙 잔혹사’

등록 2014-08-29 11:03수정 2014-08-29 11:07

[열린 채용, 스펙은 가라]
청년위 ‘100대 기업 스펙조사 보고서’
상반기 기업 87곳 자격증 적게
37곳은 외국 거주경험 묻고
지원자 전신사진 요구하기도
스펙이란 영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을 줄인 말이다. 해당 제품에 대한 여러 조건들을 상세하게 기술한 설계지시서 또는 제품설명서를 뜻하는 이 말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학력이나 학점 등을 가리키는 말로 통한다. 스펙이란 말이 시작될 때는 학교(학벌)와 학점, 토익 점수를 묶어 ‘3대 스펙’으로 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02년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학벌과 학점, 토익 점수에 어학연수, 자격증을 더해 5가지를 핵심 스펙으로 꼽았다. 여기에 새로운 것들이 점차 추가돼, 2012년 조사에서는 봉사활동, 인턴 경험, 수상 경력 등 3가지가 더 추가돼 이른바 ‘8대 스펙’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외모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추가로 필요한 스펙으로 꼽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이 취업 준비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고, 심리적 압박감도 커졌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 스펙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 가운데 89곳이 출신 대학을 물었고, 77곳이 학점을 요구했다. 외국어 시험 성적을 적어내라는 기업은 86곳이었다. 37개 기업은 외국 거주 경험을 써내도록 했다. 자격증도 중시해, 87개 기업이 자격증 취득 내역을 밝히도록 했다. 71곳이 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라고 했는데, 1곳은 전신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른바 ‘9대 핵심 스펙’이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스펙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2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011년 8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사담당자의 78.7%는 스펙이 좋은 것과 업무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스펙이 좋아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 애사심이 부족해서’(41.4%), ‘조직 적응력이 부족해서’(34.5%),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해서’(13.8%) 등을 꼽았다.

인사담당자들은 기본적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한 중요한 자질(복수응답)로 인성·성실성·책임감(58.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커뮤니케이션 능력(47.3%), 상황판단능력(46.5%), 열정·행동력(34.9%), 창의적 사고능력(25.6%), 글로벌 능력(7.0%)을 꼽았다. 업무 성과와 가장 관련이 높은 스펙으로는 45%가 인턴·아르바이트 경력을 꼽고, 전공지식(41.9%), 대외활동 경력(34.5%), 공모전 수상 경력(19.4%), 어학능력(18.6%), 해외경험(9.3%)을 꼽았다. 학점(5.0%)이나 학벌(4.7%)을 꼽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럼에도 취업준비생들의‘스펙 중시’ 현상은 오히려 더 강화돼왔다.

고려대에서 취업 진로 교육 및 상담을 담당하는 안성식 주임은 “과거에도 기업들은 면접 등을 통해 학점이나 자격증만이 아니라 구직자의 기본적인 역량, 자질, 열정 등을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구직자의 스펙만 중시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구직을 앞둔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스펙 자체에만 매달려온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학생들이 부문별로 그 많은 스펙을 쌓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그래서 기업들한테 우리는 이런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를 구체적으로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얘기해왔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스펙초월 채용이 퍼지고 있는 것은 구인회사와 구직자 사이의 ‘인재’에 대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과감히 단절하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스펙초월 채용 결과 합격자의 출신 대학이 과거에 견줘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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