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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람 얼굴의 자본주의’ 실천한 독일 발전 주목해야”

등록 2014-09-11 20:47수정 2014-09-12 11:21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솔섬유빌딩 15층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솔섬유빌딩 15층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람 중심 경제’로] 기획인터뷰
(3)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
“(사람중심 경제를 실현할 기회를 놓친) 한국의 지난 7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인간중심 뉴패러다임 경영의 주창자인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는 11일 서울 가락동 회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7년 전 한국과 독일은 고용률이 63~64%로 같았는데, ‘사람중심 경제’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실천한 독일의 고용률은 73%로 높아진 반면 정부가 방향을 잘못잡은 한국은 고용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경제규모 순위가 하락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표는 창조력을 갖춘 사람이 기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원천이기 때문에,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해 지식근로자를 양성하고 지속적 혁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일자리가 늘고, 기업과 국가경제의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 고학력 청년 실업자 30만명을, 기업혁신을 이끌 ‘프로세스 엔지니어’(변화 관리자)로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해법을 제시했다.

7년 전 한국과 독일은
고용률 63~64%로 같았다
메르켈은 당시 경제위기 경고에
일자리 창출·학습 예산 늘리고
노사 대화 기반해 사회적 대타협
고용률 10%p 올라 73% 기록
한국은 반대로 불안한 사회 됐다

독일처럼 강소기업 늘어나면
국내총생산 2~3배 커지고
자연히 일자리도 늘어나게 돼

창조력을 갖춘 사람은
기업 지속발전의 원천
청년실업자들을
중소기업 혁신 이끌 인재로 키워야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사람중심 경제’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가 경제성장 자체를 가로막는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출마 때 슬로건이‘사람중심 진짜경제, 사람이 희망이다’였다. 이는 대선 이전부터 시대발전을 위해 주창했던 내용이다. 유한킴벌리 대표 시절에 매년 펴내던 지속가능보고서의 제목도 ‘사람이 희망이다’였다. 감원 열풍이 불었던 외환위기 시절을 포함해 대표로 일하던 기간 내내 직원을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사람중심 뉴패러다임 경영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창조력을 갖춘 사람은 기업이 지속발전할 수 있는 원천이다. 기계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지 못하고,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한다. 기업은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유한킴벌리의 경영철학이자 가치이고 발전전략이었다. 근로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전사적 학습체제 도입을 통해 고객의 변화를 빨리 알아내고 생산혁신을 이룸으로써 세계적인 대기업과 국내 재벌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람중심 사회와 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2010년 세계경제 위기 때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심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드러커 교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만든 ‘드러커 소사이어티’가 4~5년 전부터 강조한 핵심주제도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데, 미국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사회 전체로 (사람중심 경제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우리도 유럽의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에서 7년 전 대선에서 환경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주창한 것이다. 최근 이를 실천하며 발전하는 독일모델을 연구하는 기업과 국가가 늘고 있다. 한 예로 독일은 2008년 근로자들을 30% 해고해야 할 위기에 봉착하자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기업들이 감원을 자제하는 대신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임금)을 30% 줄였다. 하지만 정부가 임금삭감액 중에서 20%를 보조하면서,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은 10%만 삭감됐다.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줄어든 노동시간에 학습을 통해 재충전을 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정부도 실업수당 지급이 급격히 늘지 않아 좋고, 기업도 인건비의 30%를 절감하는 대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프란체스코 교황도 방한 당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발전과 사람 중심 경제의 양립이 어려운 일인가?

“기업보다는 국가차원에서 실현하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6~2007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각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세계경제의 위기를 경고했을 때 독일의 고용률은 63~64%로 한국과 차이가 없었다.

당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자유주의를 반성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제로 베이스에서 정부 활동과 예산을 재창조하고, 일자리 창출과 학습 관련 예산을 늘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실천했다. 그 결과 7년이 지난 뒤 독일의 고용률은 73%로 10%포인트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독일과 반대로 갔다. 재창조보다 4대강사업 같은 토목공사에 매달렸다. 그 결과 고용률은 제자리에 머물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져 사회불안이 심화됐다. 피부로 체감하는 청년 실업률은 20%대에 달하고, 실질적인 고학력실업자는 300만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국내총생산 순위는 세계 11위에서 14위로 추락했다.”

-만약 문 대표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대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한국사회와 경제는 지금과 달라졌을까?

“정부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면 경제순위가 하락하는 대신 7위로 더 높아질 수 있었다. 당시 메릴린치증권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백일몽으로 끝났다. 자살율은 세계 1위이고, 국민행복도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의 지난 7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람중심 경제에서는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면서 평생학습에 기반해 지속적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교육서비스 관련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문 애널리스트와 엔지니어, 어드바이저 등 전문직의 비중도 선진국처럼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지만, 경쟁력은 떨어진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를 차지하는 강소기업(히든 챔피언)이 독일처럼 1천개로 늘어나면, 국내총생산이 지금의 2~3배로 커지고, 일자리도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이 낙후된 것은 수출을 통한 세계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기업과 정부에 의존할 게 아니라, 독일의 히든챔피언처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이뤄야 한다. 또 고학력 청년 실업자 중에서 프로세스 엔지니어(변화 관리자)를 육성해 중소·중견기업에 투입해야 한다. 프로세스 엔지니어는 고객의 변화 요구와 수요를 바탕으로 기존 기계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생산 프로그램을 재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3만개의 유망 중소·중견기업에 10명씩의 프로세스 엔지니어를 투입하면 3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들 프로세스 엔지니어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 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7년 전부터 이를 실천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사람중심 경제를 구현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독일처럼 사회적 대타협에 성공한 나라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 독일의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 대화가 기본이다. 노사공동결정제에 의해 노사 대표가 감독이사회에 함께 참여한다. 우리도 경영자들이 근로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사회적 대타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면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지도층이 현대 사회의 메가트렌드(시대적 흐름)를 제대로 꿰뚫어볼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윤리적 신뢰가 없으면 국민행복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이 상태로 가면 중국보다도 낙후될 수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40%가 넘는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지만,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민당과 대연정을 했다. 우리 현실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유한킴벌리 대표 시절 사람중심 뉴패러다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년 전 대표를 맡은 한솔섬유에서의 사람중심 경영은?

“한솔섬유는 전 세계 20여개 공장에서 4만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에 딸린 가족을 포함하면 20만명의 생계를 회사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한솔은 평생학습체제 도입으로 혁신을 이뤄 향후 5~10년 안에 일자리를 10만개로 늘려서, 50만명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계획이다. 선진국 중산층에게는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주고, 개도국 국민들에게는 아름다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섬유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5천억달러(1500조원)로 전세계 산업 중 2위다. 세계에서 제일 큰 섬유회사의 매출액이 300억달러(30조원)에 불과하다. 한솔의 성장 기회는 많다.”

-최근 중국기업들 사이에서 뉴패러다임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다.

“중국은 성장률이 7%대로 낮아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는 하향식 경영방식 대신 근로자들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상향식 경영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평생학습을 통해 지식근로자를 양성하고 지속적 혁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뉴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가 지난해 중국 내 컵온차(컵에 담긴 따뜻한 차) 1위 업체인 향표표의 뉴패러다임 모델 도입을 위해 1차 컨설팅을 끝냈다. 올해부터는 2차 컨설팅이 진행 중이다. 향후 5년 안에 5개 중국 기업에게 컨설팅을 해줄 계획이다.”

-평생학습체제에 기반한 뉴패러다임모델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려 한다는데.

“유한킴벌리 같은 성공사례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10년 전부터 하고 있다. 원래는 2010년 사회책임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인 ‘ISO 26000’이 확정될 때 함께 포함되기를 바랐는데 성사가 안됐다. 2012년부터 ‘ISO 38000’ 독자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의 메사추세츠(MIT)공대, 하버드대학, 드러커대학원, 캐나다의 토론토대학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는

유한킴벌리 뉴패러다임 경영 성공…2007년 대선 후보로

문국현 한솔섬유 대표는 인간 중심을 내세우는 ‘뉴패러임다임 경영’의 주창자다. 뉴패러다임은 유한양행의 창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과, ‘근대 경영학의 구루(대스승)’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사상을 접목한 경영혁신 모델이다.

유 박사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현대적 의미의 사회책임경영을 최초로 실천한 기업인이며, 드러커는 직원들을 평생학습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육성해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혁신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지속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이를 사회와 공유하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가르쳤다. 문 대표는 13년간 대표를 맡은 유한킴벌리에 뉴패러다임 경영을 시행해, 국내 생활용품업계의 1위이자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키웠다.

문 대표는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서 ‘사람 중심, 진짜 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돌풍을 일으켰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2년여의 짧은 정치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2010년 뉴패러다임 인스티튜트를 세워 뉴패러다임 확산을 위한 컨설팅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섬유의류전문업체인 한솔섬유의 대표를 맡아 경영자로 돌아왔다.

문 사장은 “정치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시 할 생각은 없다”면서 “한솔섬유를 세계적 섬유의류업체로 키우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솔섬유는 문 사장 취임 1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흑자로 전환하는 등 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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