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중국에서 흔히 ‘유이쿠(優衣庫)’라고 불린다. ‘유이’는 좋은 옷을, ‘쿠’는 창고를 뜻한다.
실제 유니클로는 ‘중국인의 옷창고’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8월 말로 끝난 2014 회계년도에 중국에서 늘어난 점포 수만 81개로 현재 점포 수는 306개에 이른다. 유니클로는 평균 매장 크기의 열배에 이르는 6600㎡짜리 세계 최대 매장을 상하이에 내는 등 소득이 높아진 중국 중산층 눈높이에 맞춤한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일본이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맡고
중국은 완제품, 한국은 중간재 생산
유니클로 따라 한국도 한때 콧노래 올들어 대중 수출 넉달째 감소세
중국 중간재 자급률 대폭 끌어올려
가공무역 의존하는 전략 ‘빨간불’
“고급 소비재등 수출구조 다양화를” 중국을 생산기지로 한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의 고도성장은 얼마 전까지 우리 석유 화학업계에도 호재였다. 한국 석유화학업계는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파라자일렌(PX) 같은 석유화학 제품들을 중국에 대거 수출해 2011~2013년 20%에 가까운 수익성을 실현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 석유화학업계는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생산기지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방식의 가공무역에 주력해왔지만,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소비중심 내수성장 전략으로 대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당장 파라자일렌, 테레프탈산(PTA), 카프로락탐 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대중 수출이 찬바람을 맞았다. 이들은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산물이다. 하지만 중국은 설비 투자로 이런 중간재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한국은 중간재를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유럽 시장에 팔 의류 완제품을 만들며 인건비를 챙기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닥친 셈이다. 중국은 2012년 이래 중간재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올해부터 우리 대중 수출의 수치에 반영되고 있다. 대중 수출 증가율은 올 5월 이래 넉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 제품군이 대중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이 자급률을 90.5%와 71.5%로 끌어올린 테레프탈산과 카프로락탐은 대중국 수출 물량이 올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파라자일렌은 중국내 수요 둔화와 한국 업계의 과잉 설비 투자가 겹쳐 수출 단가가 2012년초에 견줘 절반 수준이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설비 투자로 중간재 자급률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대중 수출 감소의 추세적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얼마 전까지는 일본 글로벌 브랜드 유니클로가 웃으면 중국 시장에 파라자일렌 등을 납품하던 한국 석유화학 업계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이제 ‘완제품 생산-중간재 생산-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각각 중국, 한국, 일본이 나누어 하던 유니클로 삼각무역의 절묘한 균형은 깨졌다. 이젠 유니클로가 웃어도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인상이 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국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 대외 수출 중심 성장보다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삼중전회(공산당 중앙위 세번째 전체회의)에서 산아제한 철폐 등 소비 중심의 내수 여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래 세계 경기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어서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의 수출 둔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도 어렵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여전히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가공무역에만 묶여 있는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은 지난해 47.6%에서 올해 1~5월에는 50.2%로 오히려 높아졌다.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 전략과 엇박자를 내는 흐름이다. 게다가 우리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3%밖에 되지 않으며, 중간재 수출 비중은 77.2%로 지나치게 높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고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위상을 생각하면 대중 수출의 구조적 감소는 쉽사리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급 소비재 수출 확대는 물론 장치산업에서 첨단 부품·신소재 개발, 중계무역 확대 등 수출구조를 다양화할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중국은 완제품, 한국은 중간재 생산
유니클로 따라 한국도 한때 콧노래 올들어 대중 수출 넉달째 감소세
중국 중간재 자급률 대폭 끌어올려
가공무역 의존하는 전략 ‘빨간불’
“고급 소비재등 수출구조 다양화를” 중국을 생산기지로 한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의 고도성장은 얼마 전까지 우리 석유 화학업계에도 호재였다. 한국 석유화학업계는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파라자일렌(PX) 같은 석유화학 제품들을 중국에 대거 수출해 2011~2013년 20%에 가까운 수익성을 실현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 석유화학업계는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생산기지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방식의 가공무역에 주력해왔지만,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소비중심 내수성장 전략으로 대중국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당장 파라자일렌, 테레프탈산(PTA), 카프로락탐 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대중 수출이 찬바람을 맞았다. 이들은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로,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산물이다. 하지만 중국은 설비 투자로 이런 중간재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한국은 중간재를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유럽 시장에 팔 의류 완제품을 만들며 인건비를 챙기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닥친 셈이다. 중국은 2012년 이래 중간재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올해부터 우리 대중 수출의 수치에 반영되고 있다. 대중 수출 증가율은 올 5월 이래 넉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 제품군이 대중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이 자급률을 90.5%와 71.5%로 끌어올린 테레프탈산과 카프로락탐은 대중국 수출 물량이 올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파라자일렌은 중국내 수요 둔화와 한국 업계의 과잉 설비 투자가 겹쳐 수출 단가가 2012년초에 견줘 절반 수준이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설비 투자로 중간재 자급률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대중 수출 감소의 추세적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얼마 전까지는 일본 글로벌 브랜드 유니클로가 웃으면 중국 시장에 파라자일렌 등을 납품하던 한국 석유화학 업계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이제 ‘완제품 생산-중간재 생산-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각각 중국, 한국, 일본이 나누어 하던 유니클로 삼각무역의 절묘한 균형은 깨졌다. 이젠 유니클로가 웃어도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인상이 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국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 대외 수출 중심 성장보다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삼중전회(공산당 중앙위 세번째 전체회의)에서 산아제한 철폐 등 소비 중심의 내수 여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래 세계 경기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어서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의 수출 둔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도 어렵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여전히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가공무역에만 묶여 있는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은 지난해 47.6%에서 올해 1~5월에는 50.2%로 오히려 높아졌다.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 전략과 엇박자를 내는 흐름이다. 게다가 우리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3%밖에 되지 않으며, 중간재 수출 비중은 77.2%로 지나치게 높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고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위상을 생각하면 대중 수출의 구조적 감소는 쉽사리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급 소비재 수출 확대는 물론 장치산업에서 첨단 부품·신소재 개발, 중계무역 확대 등 수출구조를 다양화할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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