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아닌 통신사 이례적 개발
SKT “단말기만 파는 회사 안될 터”
아이폰 등장하며 시장 주도권 역전
통신사들이 다시 빼앗아올지 주목
SKT “단말기만 파는 회사 안될 터”
아이폰 등장하며 시장 주도권 역전
통신사들이 다시 빼앗아올지 주목
엘지(LG)전자의 에스케이텔레콤(SKT) 전용 스마트폰 ‘지3에이(G3 A)’가 요새 방송광고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뒤집었다 다시 원위치시키는 동작으로 전화를 받거나, 알람을 끄거나, 다음 노래를 듣거나 할 수 있는 기능인 ‘티(T)액션’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이 기능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기능을 개발한 게 엘지전자가 아니라 에스케이텔레콤이라는 사실이다.
통신사가 제조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유엑스(UX·사용자경험) 개발에 나선 이유는 뭘까? 티액션 개발을 담당한 에스케이텔레콤 스마트디바이스실 조승현 매니저는 그 이유로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사용한다고만 생각할 뿐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들었다.
피처폰의 시대에는 통신사가 시장을 주도했다. 통신사의 요구에 따라 제조사들은 전용 단말기를 만들었다. 제조사 내부적으로는 같은 모델이라도 통신사별로 디자인을 조금씩 달리했다. 조 매니저는 “에스케이텔레콤 전용 피처폰에 찍힌 ‘스피드 011’이라는 문구가 의미가 컸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10년 아이폰이 등장할 무렵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통신시장이 포화되면서 통신사의 주도권은 약해졌고,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사들은 각자 자기 제품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애플과 삼성 스마트폰을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통신사가 낄 자리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조 매니저는 “에스케이텔레콤 고객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 가치있는 경험을 다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고민 끝에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티액션이 나왔다. ‘원래 전화는 한 손으로 받는 것’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도 초기에는 모두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인치 크기였던 화면은 점점 커져 이제 아이폰마저 5인치대에 이르렀다. 또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보호를 위해 커버를 씌웠다. 한 손으로 전화받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래서 티액션은 스마트폰을 앞뒤로 뒤집기만 하면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모든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면 티액션은 지3에이뿐만 아니라 모든 단말기로 확대되야 한다. 이를 위해 에스케이텔레콤은 올초부터 제조사들에 티액션 구동에 필수적인 가속센서와 방향센서의 성능을 일정 기준 이상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엘지전자와 지3에이 외에 다른 모델에까지 티액션을 확대하는 것을 논의중이고, 삼성전자와도 협의중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또 티액션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다른 앱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앱에서도 티액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조승현 매니저는 “앞으로 통신사는 제조사가 만든 단말기를 팔아주기만 하는 회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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