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장에 부는 북핵발 훈풍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타결은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긴장완화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형 호재’를 안겨줬다. 그러나 이번 타결이 당장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펴주는 구원투수가 되기를 기대하기보단, 주요한 불안요인 제거와 새로운 성장기반 확충 등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한국, 재평가 시대 도래 =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6.8 오른 1190.93을 기록했다. 전력 관련주 뿐 아니라 토목사업·비료 관련주, 개성공단 입주 업체 관련 종목 대부분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이었던 북핵 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찾음에 따라 한국 증시가 재평가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진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가 조만간 12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 리스크 완화는 ‘중장기 상승추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연말 목표치 1300선 달성에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사도 우리나라에 대해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A인데, 한 단계 높은 A+(대만 등)로 조정되면 외환위기 이전(AA-, 홍콩 등)과 한 등급 차이로 좁혀진다. 피치는 북핵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등급 상향을 늦춰왔다. 에스앤피, 무디스 등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보다 두 단계 아래로 평가하고 있는데, 피치사의 신용등급 상향이 결정되면 이를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 남북경협 확대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가속도가 붙고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됐던 소비재 산업(신발, 의류 등)과 석탄 자원개발 등 새로운 분야의 경협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 과학기술협력, 공동어로, 임진강 수해방지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관광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론 우리나라 기업들은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북한은 대외개방 속도를 높이는 토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북핵 타결이 이를 가능하게 하면, 외자도입을 통한 산업발전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통일비용’을 더는 한편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주도적인 참여도 기대된다.
◇ 실물경기 영향은 긴 호흡으로 =그러나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남북경협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데다 현재 우리 경제의 양대 걸림돌인 투자와 민간소비 부진이 ‘북핵 타결’ 뉴스 하나만으로 급격하게 호전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향후 과제는 북한의 구체적인 실천과 지속성을 통한 신뢰 확보”라며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반에 대한 평화무드 도래로 새로운 ‘아시아 시대’가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태호 최익림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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