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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 대통령, 잡스가 쫓겨난 이유는 아시나요?

등록 2014-09-16 15:46수정 2014-09-16 16: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대구 북구 창조경제단 지 예정부지(옛 제일모직)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함께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구/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대구 북구 창조경제단 지 예정부지(옛 제일모직)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함께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구/ 청와대사진기자단
‘대기업-벤처 짝짓기’ 창조경제 나선 박 대통령
실제 잡스는 대기업에 맞서 싸우다 쫓겨났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을 방문(‘기사보기 박 대통령 고향 찾아 “창조경제”)했다. 이날 행사는 17개 시도에 세워질 창조경제혁신센터 1호점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대기업과 전국 17개 시·도를 짝지어 주는 방식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이 대기업한테 기술과 상품 개발, 판로,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받고, 대기업은 벤처기업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나선다는 게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산-롯데(유통·관광), 대구-삼성(전자), 광주-현대차(자동차), 대전-SK(정보통신기술) 등 프로 야구단처럼 대기업을 지역별로 할당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애플과 구글 창업자들도 작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혁신적 아이디어가 기술로, 제품으로,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꿈의 차고가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짝짓기 하듯 만들어 놓으면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나오게 될까? 애플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고, 애플과 대기업 관계를 한번 되짚어 보자.

영화 잡스의 한 장면.
영화 잡스의 한 장면.
1976년 4월 1일 만우절,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론 웨인 등 세 사람은 잡스의 부모 차고에서 컴퓨터 조립 키트인 ‘애플 I’을 만들며 애플을 창업했다. 애플은 1년 뒤 ‘애플 II’란 이름의 컴퓨터를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메인프레임과 같은 대형 컴퓨터를 뜻했다. 애플은 컴퓨터의 정의를 바꾸어 놓았다. 개인이 쓰는 컴퓨터, 바로 개인용 컴퓨터(PC)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로 그 피시다. 그대까지 대기업인 IBM은 큰돈이 되지 않는다며 PC사업에 뛰어 들지 않았다.

애플 II는 전 세계적으로 환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철수 전 카이스트 교수는 1983년 애플 컴퓨터를 구입한 뒤 IT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박용만 ㈜두산 회장도 트위터에서 “지난 1980년께 애플 II 컴퓨터를 샀을 때는 정말 그것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고 말 할 정도였다.

PC의 인기몰이는, 대기업 IBM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1981년 8월 IBM은 ‘IBM PC‘라는 상품을 내놓으며 그들이 한 때 비웃었던 PC 시장에 진출한다. IBM PC는 ‘추억’의 플로피 디스크를 갖춘 컴퓨터였는데, 현재 우리가 쓰는 PC의 뼈대가 된 모델이었다.

대기업의 PC시장 진출에 맞서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를 들고 나왔으나, 매킨토시는 호환성이 떨어진데다 대기업의 자본력에 맞서 싸우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매킨토시의 실패로 대대적인 손실을 본 애플의 이사회는 잡스를 회사에서 쫓아내 버린다. 결국 잡스는 애플 밖에서 10년 동안 절차부심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애플은 차고에서 시작’했지만, 오히려 대기업에 맞서 싸우다 창업자가 쫓겨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벤처는 대기업이 나서지 못한 틈새를 노려 사업을 시작하는데 대기업의 지원을 받게 되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도 있지 않을까? 네이버, 다음, 넥슨, 엔씨소프트가 삼성, 현대, SK 등의 대기업 지원을 받았다면 과연 그들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정부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인위적인 짝짓기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단가후려치기’ 같은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는데 더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폼 나는 벤처지원보다 폼 나지는 않지만 그 어떤 정권도 하지 못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게 ’창의 경제’일 거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오늘치 대부분의 조간신문엔 박근혜 대통령 옆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함께 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기업이 지원했을 수도 있겠지만, 바쁜 경제인을 사진 찍기 들러리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란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나오기 때문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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