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국전력 터를 10조원에 낙찰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제작에도 가장 많이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도 가볍게 눌렀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2일 “KBS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현대차가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총 38억원을 프로그램 제작에 협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대차는 2010년 제작된 <특별생방송 여성 세계 최초 오은선 히말라야 15좌 완등>의 협찬을 위해 6억3천만원을 내놨다. 2013년 <가요무대 독일 특집>에 5억원을, 같은 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제작한 <2013 한중 우정콘서트>에 3억원을 협찬했다.
다음으로 협찬을 많이한 곳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으로 <6시 내고향>, <녹색충전 일요일>, <과학카페>, <설특집 차한잔 하실래요> 등 10여개 프로그램에 30억6천만원을 지원했다. 그 뒤를 이은 중소기업청은 같은 기간 동안 <6시 내고향>에만 30억원을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으로는 삼성그룹이 현대차그룹 다음이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인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카드 등과 함께 <뉴욕코리아 페스티벌>에 7억원, <2013 한중 우정콘서트>에 6억원, <가요무대 독일 특집>에 4억원 등 모두 29억5천만원을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38억원보다 10억원 가까이 적은 액수다.
이와함께, KBS 외주제작 교양·다큐 프로그램 가운데 협찬비가 제작비를 넘는 ‘배보다 배꼽이 큰’ 프로그램이 같은 기간 107편이나 되고 그 차익이 62억원이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희 의원은 “2010년에는 제작비 초과 프로그램이 20편이었는데, 2011년에 28편, 2012년엔 32편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KBS가 협찬비로 외주제작비를 충당하고도 가만히 앉아 수익을 챙긴다는 의미다. 공익성과 공영성을 추구해야 할 교양·다큐 프로그램을 협찬 수익을 남기는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KBS가 협찬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것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협찬의 경우 각 제작부서에서 1차적으로 방송 내용의 공익성과 협찬주의 적합성 등을 검증한다. 그리고 편성제작회의 심의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치도록 해 프로그램 관여를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