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위 구성해 협의키로 잠정합의
타기업 사례·판결에 부담 느낀 노사
‘양방 수긍’ 개편 가닥잡고 나선듯
조합원 투표·1심 판결 등이 변수
타기업 사례·판결에 부담 느낀 노사
‘양방 수긍’ 개편 가닥잡고 나선듯
조합원 투표·1심 판결 등이 변수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이던 통상임금 문제를 별도의‘노사 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하기로 29일 잠정합의했다. 이를 두고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을 단초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핵심 쟁점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채 해결을 뒤로 미뤘을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통상임금의 범위 등의 문제에 대해“개별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전체와 국가경제 측면을 고려해 거시적·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하여 노사 자율로 논의키로 합의했다”며 “선진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라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노조 쪽은 상여금을 즉시 통상임금 산정에 반영하라고 주장해왔지만, 회사 쪽은 조합이 법원에 낸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은 현대차 상여금이 통상임금 산입 조건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 가운데 고정성을 충족하느냐였다. 회사 쪽은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서 “상여금은 기준기간(2개월) 내 15일 이상 일한 사람에게만 지급된다”고 한 내용을 들어 상여금이 고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쪽은 “퇴직자에게는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게 한 조항을 들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현대차 생산직 임금은 기본급과 상여금, 시간외수당, 성과급이 각각 4분의 1 가까이 차지할 정도여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노사간 이해가 크게 엇갈린다.
현대차 노사의 이번 합의는 임금체계를 고치는 우회로를 통해 해법을 찾자는 뜻을 담고 있다. 법원 판결의 결과만 따르자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해지는데다,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마냥 갈등이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 노사 양쪽이 일단 한발씩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조 집행부 안에서는 다른 기업 사례에 대한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패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쪽도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기로 결정한 것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합의안에 따라 노사 위원회가 가동되려면, 우선 잠정합의안이 1일 실시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는 통과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통상 임금 적용시기가 없는, 알맹이 빠진 잠정합의안”이라는 비판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황기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노사 위원회에서 합의가 무산되면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법률전문가들한테 받았다”며 협상의 무기를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1심 법원 판결 뒤 승소한 쪽에 주도권이 쏠리게 되면서, 협의가 난항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회사 쪽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임금체계의 개편 방향에 대해 노사간 어느 정도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통상임금은 노사 위원회에서 논의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사안”이라며 “합의를 못 이루면 (노조가) 내년 임단협으로 협상을 미뤄둔 꼴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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