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출판 잠깐독서
신동원 지음
들녘·3만9000원 ‘머리에 서캐와 이가 많고 부스럼이 잘 났다’. 조선 시대 어느 노비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다. 정약용이 얼마나 뛰어난 학자인지에 관한 책은 많지만, 정약용이 얼마나 병이 많았는지에 관한 책은 신선하다. 정약용은 평생 옴, 독감, 중풍 등에 시달리며 살았고 슬하에 11남매를 두었지만 7명이 세살 이전에 병사했다. 지은이는 개인의 병앓이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그 시대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사를 전공하면서도 의학사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이스트에서 한국 과학사를 가르치는 신동원 교수는 조선시대의 의료기록이 담긴 동의보감, 묵재일기 등을 분석해 병앓이를 하는 역사 속 인물 한 명 한 명에 주목했다. 고려의 이규보, 조선 전기의 이황, 후기의 정약용 등 유명한 인물의 투병 일기로 옛사람들의 시대상을 집대성해 <조선 의약 생활사>를 펴냈다. 이 책은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학술서이지만 개인의 생활에 주목한 미시적 역사에 주목했기에 지루하지 않게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정약용이 부스럼 때문에 소금물로 고름을 씻어내고, 두통과 싸우다 두통가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생생한 역사책으로 조선시대 여행을 떠나봐도 좋을 듯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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