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빌미 설계도면 요구·단가 후려치기 등
공정위, 하도급법 지침 개정
앞으로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다른 하도급 업체에 기술을 넘겨줘 하도급 단가를 깎으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동안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사실상 빼앗아도 처벌조항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의 적용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중소 업체의 교섭력을 강화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지침’을 보면,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설계도면 등 납품과 관련된 기술자료를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할 경우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간주돼, 시정명령을 받거나 하도급 계약금액의 두 배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또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서 받은 기술을 다른 하도급 업체에 넘겨 납품단가 인하를 유도하면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행위’로 처벌받고, 하도급 업체에 전속 거래를 요구하는 것도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여겨져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협찬금이나 장려금 등을 요구하거나, 환차손 등을 하도급 업체에 미뤄 하도급 대금을 내리는 행위도 처벌받게 된다.
공정위는 또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벌점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재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대신 하도급 업체에 대해 현금 결제를 하고 법을 지키는 대기업에는 서면 실태조사를 2년 동안 면제해 주는 등 ‘당근과 채찍’을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중소 하도급 업체의 교섭력이 약한데다 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처벌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하도급 지침 개정으로 중소업체들의 교섭력이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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