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인천공항 대합실에서 유방암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 영종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한항공 승무원 ‘근무수칙’ 일부 공개
승무원의 덕목인가 탄압인가 논란
승무원의 덕목인가 탄압인가 논란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할 땐 전화를 자제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걷지 말라.’
항공기 여승무원들의 ‘근무 수칙’ 일부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서비스업의 이미지 제고와 고객 안전을 위한 권고 사항”이라고 설명한 반면 “기본 권리까지 제한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15일 <한국일보> 보도와 대한항공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승무원들의 출·퇴근시 준수 사항을 강조해왔다.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할 땐 “△국내외 면세점, 공항 내 쇼핑몰이나 상점을 이용하지 말고 △공공장소에선 전화 사용을 하지 말며 △커피 등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마시지 말라”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차량 운행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동 중 전화나 문자, 인터넷 사용 등을 해선 안된다”는 항목도 있었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들을 설명하면서 “2010년부터 시점은 다르지만 단계적으로 강조한 사항들이다. 지시라기보다는 권고 사안으로 강조한 내용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침해 논란”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권고 사항이라며 강조한 내용 자체도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근무 시간 이후까지 직원들의 행동을 제약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유니폼을 입고 전화하는 게 회사의 이미지 제고나 손상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근무 외 시간까지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탄압이다”, “유니폼을 입게 하고선 유니폼을 입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와 같이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인권침해 지적은 과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승무원들이 고가 면세품을 산 뒤 신고하지 않거나, 커피를 들고 이동하다 고객과 부딪히는 일들이 발생한 뒤 나온 방안들”이라며 “실제로 최근 커피를 든 승무원이 공항에서 승객들과 부딪히는 장면을 고위 경영진이 직접 본 뒤 이 같은 내용들을 지시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무조건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통화가 필요한 경우 조용한 곳에 가서 통화를 한 뒤 이동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인권침해라기보다 고객과 승무원 당사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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