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몬드라곤은 고용 연대 지향…해고는 없다”

등록 2014-10-20 21:15


[제5회 아시아 미래포럼 D-1] 연사에게 듣는다
④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학교 교수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기반한 몬드라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동자협동조합이다. 110개 협동조합에 8만여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연합체로, 연매출이 30조원에 이르는 스페인 기업 중 7위 규모의 ‘그룹’이다. 지난해 10월 몬드라곤의 뿌리이자 가장 규모가 큰 파고르 전자가 파산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유럽 가전업계의 불황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파산한 부문에서 일하던 수천명의 노동자 조합원은 단 한명도 해고되지 않았다. 다른 협동조합의 일자리로 모두 전환배치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시아미래포럼(22~23일)에 참가하는 후안호 마르틴 스페인 몬드라곤대 교수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고용 연대의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일반 기업에서도 이런 사람 중심 경영이 실천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매출 30조 몬드라곤협동조합
망하거나 사업·인력 축소할땐
해고 대신 전환배치·임금조정
모든 기업의 핵심자산은 사람
비인간화는 지속 가능성 낮춰

몬드라곤협동조합의 4대 핵심 가치는 협력과 참여, 사회적 책임과 혁신이다. 그중에서도 ‘협력과 연대의 원칙’이 몬드라곤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요체라고 그는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과 고용의 연대다. 몬드라곤협동조합도 망하거나 사업과 인력을 축소한다. 그러나 이 경우 해고 대신 전환배치나 임금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생산량이 줄어들면 탄력근무제 같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한다. 파고르 전자처럼 문을 닫게 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고용 여력이 있는 다른 조합으로 옮기게 된다. 마르틴 교수는 “세계경제가 시장과 자본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핵심자산은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인간화’는 기업 스스로 핵심 자산을 훼손하고 결국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나타난다. 경쟁과 효율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의 원칙으로 고용과 임금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학교 교수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학교 교수
‘지역사회와의 관계’ 또한 몬드라곤 모델의 주된 특징이다. 몬드라곤은 바스크 지역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는 구실을 한다. 역내 고용 기여도가 10%에 이른다. 바스크 지역은 스페인에서 불평등과 소득격차가 가장 작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협력과 연대의 원칙은 협동조합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몬드라곤은 좌우파에 관계없이 지방정부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앙정부를 통해서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협력과 연대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과와 효율을 더욱 촉진하며, 나아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협동조합에 대해 마르틴 교수는 “농협·수협 등의 기존 협동조합을 보면, 소유 구조와 운영 방식이 실제로는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고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마치 정부 기관처럼 정책 집행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런 ‘유사 협동조합’들이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끝>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디딤돌 대출의 배신…서민층 줄고, 고소득층이 수혜 누렸다 1.

[단독] 디딤돌 대출의 배신…서민층 줄고, 고소득층이 수혜 누렸다

[속보] ‘HBM 훨훨’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 7조 ‘사상 최대’ 2.

[속보] ‘HBM 훨훨’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 7조 ‘사상 최대’

[속보] 3분기 경제성장률 0.1% 그쳐…수출 부진에 발목 3.

[속보] 3분기 경제성장률 0.1% 그쳐…수출 부진에 발목

열흘 못 넘은 ‘한강 노벨상’ 호재…출판주들, 상승분 다 잃었다 4.

열흘 못 넘은 ‘한강 노벨상’ 호재…출판주들, 상승분 다 잃었다

한국, 재정수입·지출 모두 최하위권…IMF도 ‘증세’ 권고 5.

한국, 재정수입·지출 모두 최하위권…IMF도 ‘증세’ 권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