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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통법 시행 한달…소비자 부담 정말 늘어났나?

등록 2014-10-30 19:52수정 2014-10-31 08:34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행 한달 점검해보니
통신 과소비는 줄고, 제조업체는 울고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동네북 신세다. 시행 한 달도 되기 전에 이런저런 보완책이 논의되는가 하면, 법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단통법 비판의 핵심은 이 법 때문에 지원금이 대폭 줄어 새 단말기를 살 때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원금이 줄어 실제 단말기 구입 가격이 비싸졌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 단말기 지원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불법 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극히 일부 소비자의 경험을 일반화한 주장이거나, 약정 요금할인 등으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에 과거에 실제로 받은 지원금보다 더 받았다고 착각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한 이동통신사로부터 입수한 자료도 방통위의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3가 출시된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이 단말기로 가입한 고객들에게 들어간 지원금은 1인당 평균 4만원이다. 출시 3개월이 지난 12월에 가서야 평균 지원금은 13만원으로 올랐다. 그마저도 기기변경 고객은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했고, 신규나 번호이동 가입자만 받은 것이다. 반면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노트4에 대해 이통3사가 공시한 지원금은 15만1000~16만1700원(29일 현재 실납부액 5만1000원대 요금제 24개월 약정 기준)이다. 이 이통사 관계자는 “원래 최신형 단말기에는 지원금이 많이 붙지 않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최신 기종에 지급되는 지원금은 과거보다 오히려 늘어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단통법 때문에 애플 아이폰6의 가격이 미국은 20만원, 일본은 공짜인데 우리나라는 50만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널리 퍼졌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경우 최저 월 55달러짜리 요금제에 2년 약정 가입할 경우 아이폰6 구입가격이 199.99달러이지만, 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250MB로 동영상 스트리밍 30분이면 소진되는 수준이다. 결국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 모두 월 10만원대의 통신요금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단말기 판매가격과 통신요금을 더하면 우리나라보다 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통사들의 설명이다.

새 단말기 구입부담 증가 비판 있지만
과거에도 최신제품 지원금은 적어
일부 소비자 불법 보조금 혜택 대신
대다수는 필요이상의 비용 부담

중고기기·저가요금제 가입자 늘어
통신 소비문화 뚜렷한 변화 조짐

단말기 교체주기 세계서 가장 짧아
휴대전화 제조사들 타격 커
보조금 경쟁 이통사들은 대체로 반겨

단통법에 대해 가장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집단은 휴대전화를 사고파는 것으로 수입을 올리는 ‘폰테크족’이다. 이통사들은 불법 지원금 경쟁을 벌일 때 백화점 세일하듯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리점과 판매점에 특정 시간 동안 평상시의 2~3배에 이르는 가입자당 수수료를 지급할 뿐이다. 그러면 대리점과 판매점은 폰테크족들이 모이는 ‘뽐뿌’ 등 인터넷커뮤니티에 판매정보를 올리고 가입자를 모은다. 이런 판매정보는 보통 한밤중이나 새벽에 게시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약어로 작성돼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는 게 어렵다. 결국 전문적인 폰테크족들이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 소비자들이 그만큼 손해를 분담하는 셈이다.

물론 운이 좋은 일반 소비자가 이통사간 불법 보조금 경쟁이 한창일 때 매장을 방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통사가 대리점에 뿌린 수수료 중 얼마를 남기고 얼마를 고객에게 지원금으로 줄 것인지는 대리점 마음이다. 흥정을 통해 평소보다 높은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말 받아낼 수 있는 최대한을 받아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단통법은 타격이 크다. 이통사들이 서로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벌이는 불법 보조금 경쟁 덕분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바꿔왔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2013년 오이시디(OECD) 주요국의 스마트폰 교체율 및 교체주기’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교체주기가 15.6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았다. 그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이통사들은 시장점유율에 따라 조금씩 온도차는 있지만 대체로 단통법을 반기는 모양새다. 불법 보조금 경쟁과 그에 따른 영업정지 등 제재의 악순환은 모든 고객을 위한 통신비 인하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단통법의 취지는 극소수만 불법 보조금의 혜택을 입는 대신 대다수의 소비자가 필요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는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고가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 중심의 통신 과소비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3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단통법의 이런 취지가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이통3사의 하루 평균 가입자는 5만700건으로 9월 평균 6만6900건보다 감소했지만, 월말로 오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같은 기간 중고 단말기 가입자가 5631건으로 9월 2916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고, 월 4만5000원 미만 저가 요금제 가입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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