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미국·유럽에선 상공회의소가 명실상부 단일 단체
한국, 재벌 정점으로 수직적 위계관계 축소판인 셈
미국·유럽에선 상공회의소가 명실상부 단일 단체
한국, 재벌 정점으로 수직적 위계관계 축소판인 셈
흔히 “노동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이고, 자본의 역사는 통합의 역사”라고 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자본의 집합적 이해를 대표하는 한국 자본가 조직은 역사적으로 응집이 아닌 분열의 역사를 거듭해 오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같은 외국 경제단체가 한국에 오면 흔히 ‘한국엔 왜 이렇게 전국단위의 경제단체들이 많은가?’라고 한마디씩 한다.”(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
우리 경제계에는 30대 재벌기업 총수를 주축으로 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원사 586개·이하 회원사 및 회원단체),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13만5천여개), 수출입국 시대에 위상이 크게 높아진 한국무역협회(7만2천여개), 사회적 약자 배려가 고려된 중소기업중앙회(967개), 1970년 전경련이 따로 설립한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362개) 등 전국 수준의 대표적 경제단체가 5개에 이른다. 이에 더해 지난 7월엔 한국중견기업연합회(500여개)가 법정단체로 전환했다.
‘난립한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에 유례가 없다. 미국·유럽에선 오랜 역사에 걸쳐 상공회의소가 일국의 명실상부한 단일 경제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임원은 “하나로 통합하자는 얘기는 5단체 내부에서 한번도 나온 적 없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우리 경제단체는 업종별·산업별로 나뉘어 불가피하게 여러 개로 존재하는 형국이 아니다. 각 단체마다 모든 산업을 망라한다. 그러나 좀더 들여다보면 단체들 사이에 ‘기업규모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재벌기업을 정점으로 수직적 위계관계로 형성된 기업간 관계를 반영한 축소판인 셈이다. 이에 따라, 각 단체들이 일치단결할 때도 있지만 갈등도 간혹 일어난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중소 재벌들이 전경련을 비판하며 1992년에 따로 설립한 한국경제인동우회가 그 뿌리다. 경총은 전경련의 회원사이지만 때때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전경련과 이견을 노출한 바 있다. 이처럼 조직적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운 사정이 자본가 조직의 통합 이야기가 부재한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러 단체가 난립하다보니 대통령 해외순방 중 경제사절단을 꾸려 외국을 방문할 때면 어느 단체가 외국 경제단체와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도 빚어진다. 관행적으로 어느 정도 구획이 돼 있기도 한데,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임의단체에 불과한 전경련이, 덩치로는 훨씬 큰 대한상의·무역협회를 제치고 파트너 역할을 한다. 미국의 정통 경제단체는 미 상공회의소이므로 상대 파트너는 당연히 대한상의가 돼야 하는데도 한미 양국 주요 자본가들의 회합인 ‘한미재계회의’ 창구를 전통적으로 전경련이 맡아온데 따른 것이다. 전령련 소속 재벌기업 오너 상당수가 미국 유학파라는 점도 반영됐다.
이러다보니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조차도 대한상의보다는 전경련과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는 일까지 빈번히 있다. 반면, 자수성가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주축인 대한상의는 중국·베트남 등 신흥국을 담당한다. 무역협회는 어떤가? “대통령 해외순방 때 순방국이 많아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다 맡기 벅찰 경우 국가 한 곳을 떼어내 무역협회가 맡도록 넣어준다.” 어느 경제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회관 건물. 김정효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로고.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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