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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집안살림시간 부족도 빈곤지표 포함을”

등록 2014-11-11 20:23

권태희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권태희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인터뷰] 권태희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노동인구 42%가 시간빈곤 상태
취업여성은 ‘소득-시간’ 이중고
“시간 부족분 금전가치로 따져
최저임금 결정 등에 반영해야”
지난달 ‘소득과 시간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방안-LIMTIP 모델의 한국사례’라는 제목의 한 보고서가 나왔다. ‘시간빈곤’이라는 생경한 표현이 유독 눈길을 끈다. “소득빈곤뿐 아니라, 기혼 여성취업자 중심으로 우리나라 장시간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시간부족을 고려해 국가 공식 빈곤지표를 다시 작성하자”는 내용이 요체다. 미국의 레비(Levy)경제학연구소와 함께 이 연구를 진행한 권태희(49·사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을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림팁(LIMTIP)’은 이른바 ‘금융불안정성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도해 설립한 레비연구소가 개발한, 소득빈곤과 시간빈곤을 통합한 빈곤계측모델이다. 이번 림팁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는 ‘200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와 ‘2009년 한국시간사용조사’이다.

레비 림팁모형은 가계의 필수 가계노동시간(가계생산활동)에서 부족한 시간을 계산해낸 뒤 이 부족분을 가사도우미 고용이나 외식 같은 시장의 서비스·재화 구매를 통해 대체하는 상황을 고려한다. 즉 시간빈곤의 금전적 가치를 환산함으로써, 기존의 전통적인 소득빈곤 지표에 시간빈곤 개념을 더해 실질적인 빈곤가구를 파악한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인구의 42%(약 930만명)가 시간빈곤을 겪고 있을 정도로 시간부족이 만연해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취업여성은 ‘시간-소득의 이중빈곤’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 시간빈곤 노동자는 대부분 직장에서 주당 35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근로시간이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여성한테서 시간빈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부족이 남성 시간제(주당 35시간 미만)는 2%에 그쳤으나 여성 시간제 근로자는 18%로 훨씬 높아요. 상용직에서도 여성의 시간부족률(70%)은 남성(36%)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성별 격차는 여성이 가계생산활동에서 남성보다 훨씬 큰 부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간부족은 시장 대체재를 구매할 여력이 적은 ‘소득빈곤층’일수록 더 높게 나타난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소득이 빈곤한 가구의 시간빈곤(80%)은 소득 비빈곤가구의 시간빈곤(55%)에 비해 매우 높다. 여성과 소득빈곤층에서 시간빈곤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것이다. “2008년에 남편과 아내가 맞벌이 취업한 가구에서 최저생계비로 계측한 공식 빈곤선은 1.9%인데 림팁모형에서 빈곤율은 7.5%로 높아집니다. 가계생산의 시간부족을 고려하면 이런 ‘숨겨진 빈곤층’이 드러납니다.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가장이나 배우자가 취업 중인 모든 가구에서 공식 빈곤가구는 34만1천가구인데 림팁에선 무려 98만3천가구로 늘어났어요.”

모든 빈곤가구에 걸쳐 월평균 림팁 소득부족액은 공식 소득부족액(최저생계비 기준 부족액 25만원)보다 1.8배 높은 44만원으로 나타났다. “일과 가정의 조화를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시간빈곤을 정책 개념으로 도입해 최저임금 결정이나 소득빈곤 지표에 반영해야 현실적인 고용·복지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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