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파장
제도 도입뒤 7년반 지났는데
제조업 46곳 150억 지원 그쳐
노동자는 161명 4억 불과
“소관기관 서비스 의지 부족에
지원요건 엄격해 한계 커” 지적
제도 도입뒤 7년반 지났는데
제조업 46곳 150억 지원 그쳐
노동자는 161명 4억 불과
“소관기관 서비스 의지 부족에
지원요건 엄격해 한계 커” 지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우리나라가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됐지만, 시장 개방의 피해를 입는 제조업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역조정지원제’는 도입 7년 반이 지나도록 개점휴업에 가까운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무역조정지원법)에 따라 피해 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한 실적은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46개 기업 150억6500만원에 그쳤다. 또 피해 근로자로 지정해 지원한 실적은 2008년부터 올 9월 중순까지 161명(26개 기업) 3억9877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에 큰 구조조정 압력을 안긴 한-유럽연합(EU)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2~3년이 넘게 흐른 점을 고려하면 형편없이 낮은 실적이다. 무역조정지원제란 자유무역협정으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에 어떤 기업의 6개월 매출액이 이전보다 5~10% 이상 감소하는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피해 기업으로 지정해 중소기업청 기금으로 저금리 융자 등의 지원을 하는 제도다. 이런 피해 기업 소속 직원이거나 다른 요건을 충족하면 피해 근로자로 지정해 고용보험기금으로 실직·전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정부가 제조업에서 자유무역협정 피해 구제를 겨냥해 맞춤한 제도로는 거의 유일하다.
정부는 2007년 제도 도입에 앞서 소요 예산을 추정하면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만 해도 기업 1921곳, 노동자 1만1500여명에 대해 모두 2828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10년간 2조4600억원대 기업 자금 대출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현재 실적에 견줘보면 제도는 사실상 고장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제도가 유명무실한 이유는 피해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소관 기관의 적극적 의지가 부족한 것과 함께, 법 자체의 한계가 크다. 우리 법은 애초 피해 지정에 상당히 엄격했던 1960년대 미국 법을 모델로 했다가 워낙 실적이 미미하자 2012년 피해 지정 요건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제도 홍보도 잘 안된데다 영세 제조업체의 피해 입증이 워낙 어려워 여전히 방치된 채 남아 있다. 게다가 노동부는 별도 사업예산이 아예 없고,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등 기존 지원 제도만 활용한다. 자유무역 피해자에게 차별화된 혜택과 서비스를 주는 게 실질적으로 없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1960년대 무역조정지원제(TAA) 도입 이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법을 개정했고, 추가 시장개방 협정이 있으면 관련 예산 증액 논의부터 하기 때문에 제도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 기여하는 몫이 크다. 해마다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10억달러 안팎의 예산을 배정하는데 90% 가까이가 최종 피해자인 노동자 지원에 사용된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쪽은 “자유무역협정 확대는 대기업 수출 엘리트들은 이득을 보지만 국내 시장도 개방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세 중소 제조업체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명암이 명확히 엇갈리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무역조정지원제를 자유무역협정 추진 과정에서 허울만 있는 제도로 만들어놓고 실적이 없는데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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