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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 싱크탱크, 경제연구소들 ‘침묵의 계절’, 왜?

등록 2014-11-13 19:35수정 2014-11-13 21:18

경제분석 보고서 작성 거의 중단
엘지·현대 두 곳만 내년 전망 내
삼성 누리집은 사실상 ‘개점 휴업’
“내부 전략 짜는 데 연구인력 재배치”
수익 악화로 경영 참모 기능 집중
역할 바뀐뒤 국책연구기관 이직도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예전같으면 재벌기업 싱크탱크인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쏟아낼 시점이다. 언론매체 경제면에도 으레 ‘경기 언제 좋아지나? 민간경제연구소장들에게 듣는다’ 따위의 특집이 실릴 법한 때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이하 세리)·엘지(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에스케이(SK)경영경제연구소, 그리고 증권사 쪽 대표 연구소인 대신경제연구소 중에서 ‘2015 경제전망’을 내놓은 건 엘지와 현대 두 곳뿐이다. 경제흐름을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때로 정확하게 맞춰 정부 경제관료들까지 촉각을 세워 주시했던 과거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세리의 김진혁 수석연구원(연구조정실)은 “자체적인 경제전망 분석은 몇년 전부터 더 이상 하지 않고 한국은행 전망치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전자·화학·건설 등 그룹 계열사들이 수익 악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외부 보고서 생산을 멈추고 계열사의 미래전략을 짜는 인하우스 업무에 연구인력을 전면 재배치했다”고 말했다. 세리의 누리집 풍경은 스산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외부에 공개하는 경제분석 보고서의 생산·유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제가 좀체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재벌 기업마다 실적 공포가 번지면서 그룹 내 부설 경제연구소도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그룹이 수익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대다수 연구인력을 내부의 중장기 미래 경영전략과제 연구(인하우스)로 돌리고 있다. 세리의 경우 요즘 새로 뽑는 연구인력은 경제·경영학 전공자가 아니라 그룹 제품과 직접 관련된 정보기술(IT)분야 위주다. 지난 5월 육현표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을 세리의 전략지원총괄 사장으로 발령낸 것도 그룹 전략실이 주도해 내부 당면 과제에 연구인력을 총력투입하겠다는 방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외환위기 직후 경제연구소를 해체했다가 2002년 간판을 바꿔 새로 발족한 에스케이경영경제연구소도 일반 경제·산업분석 기능을 사실상 접었다. 에스케이 쪽은 “에너지·정보통신 등 그룹 사업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나 계열사 사장단에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던 대신경제연구소도 3년 전부터 조직을 대폭 축소·개편해 이제는 더 이상 ‘전망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물론 계열사에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인하우스 기능은 예전부터 해온 구실 중 하나다. 그러나 한 연구소 관계자는 “그룹 내부 일뿐 아니라 일반 경제·산업분석 같은 자율적인 연구도 꽤 많이 했는데 요즘은 각 연구소마다 그룹 차원에서 회장과 사장단의 스태프 조직 성격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회장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가 사라진 자리를 사실상 연구소가 대체하면서 최고경영자의 전략참모 조직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본격 경제·경영분석이 퇴조하고 인하우스 활동으로 방향을 튼 조직적 전환을 연구소 기능의 ‘위축’과 ‘위상 추락’이라고 단정하기는 섣부르다. 다른 한 연구자는 “일반 경제분석과 경영컨설팅 등 백화점식으로 연구하다가도 그룹 경영상황이 나빠지고, 또 2·3세로 경영권력 교체기를 맞으면 외부활동을 하기 어렵고 그룹 내부 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세리의 갑작스런 변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전반의 경영안정 도모를 통한 매끄러운 승계작업을 지원하는 성격이란 얘기다. 지난해 연구 업무 내용이 확 바뀐 뒤 세리에선 10여명이 국책연구기관 등으로 떠났다.

국내의 재벌기업 경제연구소 제1호는 1984년 5월에 발족한 대우경제연구소다. 그 직후 3저 호황 바람을 타고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띠면서 경제흐름 정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80년대 말 증권사를 주축으로 민간경제연구소 설립이 붐을 이뤘다. 90년대 중후반엔 재벌기업 경제연구소의 연구역량과 경제전망이 국책연구기관 못지 않게 빼어나거나 정확해 국책과 민간 두 연구기관 사이에 경쟁 구도가 형성된 적도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설립 30년을 맞은 올해,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부침은 한국경제의 부침과 겹쳐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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