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따랐어도 법령 근거없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유선통신업체의 전화요금 담합사건으로 불거진 행정지도 논란과 관련해, 부당 공동행위(카르텔)를 유발하는 행정지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부처들이 사업자단체 등을 통해 관행적으로 해온 행정지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22일 오후 고려대 국제대학원 최고국제관리과정 강연에서 “사업자가 행정지도에 따랐더라도 그 행정지도가 법령에 근거하지 않으면 과징금 부과 등의 조처 대상”이라며 “법령에 따른 행정조처가 있었더라도 행정지도와 사업자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만 합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지도는 정부 기관이 행정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법적 규제 대신 시행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는 행정방식이지만, 각 부처에 의해 편의적으로 운용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빚어왔다.
강 위원장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정지도의 구체적인 유형으로 ‘가격변경·유지 요청’, ‘사업자단체를 통한 가격정보 취합 보고 요청, ‘사업자별 생산량·생산설비·거래량 설정’, ‘사업자별 판매지역·영업대상 설정’ 등을 들었다. 그는 유선통신업체의 담합 논란에 대해 “유선통신 업체들이 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요금 인상과 시장점유율을 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법령에 근거한 공식적인 행정지도는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라며, 업체 쪽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공정위는 경쟁을 제한하고 카르텔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 금융, 의료, 건설 등의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예규와 고시 136개를 찾아내 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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