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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상임위에 달랑 자료 두쪽…‘FTA 협상’ 알 필요 없다는 정부

등록 2014-11-17 01:02수정 2014-11-17 07:55

뉴질랜드와 협상 주요쟁점 질의에
산자부, 타결 나흘 전에야 답변 줘
‘피해 예상’ 질문엔 언급조차 없어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15일 발표됐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타결 나흘 전인 11일 건네받은 협상 관련 답변자료는 고작 두 쪽짜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당국의 밀실주의가 도를 넘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의 자료 요구조차 사실상 무시당하는 모양새다. 통상절차법이 보장하는 협상 중 국회의 자료 요구, 의견 제시 권한은 사문화됐고 국회가 비준 때 도장만 찍어주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위원장 쪽은 지난달 22일 산업부 통상교섭실 쪽에 한-뉴 협정과 관련해 주요 쟁점과 합의·미합의 쟁점 등 6가지 질의에 대한 답변자료를 요구했다. 산업부가 지난달 17일 뉴질랜드와 9차 협상을 마친 뒤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20여일 만에 산업부가 김 위원장 쪽에 보낸 답변 자료는 질의 내용을 합쳐도 두 쪽을 채우지 못했다. 답변만 보면 200자 원고지 3장을 간신히 넘기는 분량이었다. 협정이 두 나라 7300~1만2000여개 상품의 양허(시장 개방)를 다루며, 인력의 이동·서비스·투자 등 방대한 쟁점을 포괄하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지 3장에 축약한 답변이란 게 정보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10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주최한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축산 농민 3만여명이 FTA 관련 피해 보전 직불제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0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주최한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축산 농민 3만여명이 FTA 관련 피해 보전 직불제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내용도 황당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협정 주요 쟁점에 대한 답변은 “우리 쪽은 주력 수출품인 공산품에 대한 양허 확대 외에도…농수산 협력과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쪽은 주요 수출품인 낙농제품 등에 대해 시장 개방을 요구하였다”고 밝힌 게 거의 전부다. 기본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짐작할 만한 내용이다. 산업부는 또 세부 쟁점에 대해선 “진행중인 협상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시장 개방으로 피해 가능성이 큰 농수산·낙농제품 분야에 대한 질의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김 위원장 쪽은 “한-중 협정 타결 선언 이후에 산업부에서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 현안과 관련해 만날 약속을 잡아달라고 한차례 요청해온 적은 있었으나, 무슨 협상이나 쟁점인지 물어도 답해주지 않았고 일정이 맞지 않아 못 만났다”며 “추후 별다른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 쪽은 “협상 진행중엔 구체적 정보를 안 주고 타결이 가까워지면 산자위 위원장이나 여야 간사 의원한테 면피성으로 설명을 하러 오는 일은 있는데 허술한 정보만 주기는 마찬가지”라며 “한-중 타결을 앞두고도 한차례 설명하고 싶어했으나 핵심인 상품 양허안 정보를 주는 걸 거부하길래 산업부의 면피성 보고에 응해줄 이유가 없어서 관련 보고를 안 받았다”고 말했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다음 순번은 한-뉴 협정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진행중인 협상의 구체적 내용과 타결 시기 등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다음달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한-오스트레일리아(호주) 자유무역협정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협정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상임위가 한-호주 비준안 등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한-미 협정과 비교분석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외교부는 자료를 안 줬고, 산업부는 두 장짜리 허술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이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자료를 참고로 주기까지 하며 다시 제출을 요구했으나, 산업부는 12일 ‘그 이상의 자료를 만들 수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최 의원은 “최근 협정 논의가 대통령 정상 외교 일정에 맞추는 무리한 진행을 하고 있다”며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 비준동의안에 도장만 찍어주는 ‘통법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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