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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프랜차이즈 포인트제 ‘씁쓸한 뒷맛’

등록 2014-11-18 20:32수정 2014-11-20 16:08

포인트 교환 사업의 선구자
‘띠앗’ 14년만에 서비스 중단
업체들이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금액의 일정 부분(보통 3% 미만)을 고객에게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있다. 한 업체가 발급한 포인트를 다른 업체의 포인트로 교환해주는 ‘포인트 환전상’이 이런 기업들의 역할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흩어져있어 별 가치가 없는 포인트를 한 데 모아 원하는 곳에 현금처럼 쓸 수 있으니 좋고, 가맹점 처지에서는 다른 업체가 발행한 포인트로도 고객을 유인할 수 있으니 좋다.

이런 포인트 교환 사업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띠앗’이 지난 17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2000년 사업을 시작해 200여개 제휴사와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회사가 돌연 몰락한 것이다. 현재 띠앗은 사이트 접속이 안 되고 있고, 전화도 불통이다. 한 제휴사 관계자는 “약 2주 전부터 띠앗 쪽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무실로 찾아가 봤지만 이미 건물을 비운 뒤였다. 지난 10일부터 웹사이트에 곧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려놓았다”고 전했다.

포인트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대기업
중요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
같은 그룹 계열 안에서만 사용 제한
모든 소매업종이 프랜차이즈로 재편
폐쇄적인 포인트 운용 가능해져
포인트 교환 사업 환경 갈수록 악화

띠앗은 지난 여름부터 동종 업계 기업들에 인수의향을 타진할 만큼 경영 상황이 안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한국형 비트코인이라며 ‘도담’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띠앗이 사업을 접은 이유를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포인트 교환 서비스의 사업 환경은 수년 전부터 계속 악화돼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예전에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대기업들이 이를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포인트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른 회사가 발행한 포인트와 교환되는 것을 막고, 같은 그룹 계열 안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화관 씨지브이(CGV), 베이커리 뚜레쥬르, 패밀리레스토랑 빕스(VIPS) 등을 운영하는 씨제이(CJ)그룹의 씨제이원포인트,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에스피시(SPC) 그룹의 해피포인트, 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영화관 등을 두루 갖춘 롯데그룹의 롯데포인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인 에스케이(SK)그룹이 1999년부터 ‘오케이(OK)캐시백’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포인트 사업도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포인트 폐쇄화’로 타격을 입을 정도다. 오케이캐시백 운영사인 에스케이플래닛 관계자는 “포인트 사업이 성장하자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독자적으로 포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어야 포인트가 매력이 있는 건데, 대형 네트워크 가맹점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갔다. 중소형 가맹점의 포인트에 의존해온 띠앗 같은 업체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띠앗이 14년만에 몰락한 것은 골목상권의 몰락과도 닿아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빵집, 식당, 슈퍼 등 골목상권의 모든 소매업종이 빠른 속도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재편됐기 때문에,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대기업들은 폐쇄적인 포인트 운용으로도 고객을 묶어놓기 쉬워졌다. 반면 사용처가 그만큼 적어진 중소형 자영업자들이 발행하는 포인트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플래닛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틈바구니에서 독립적인 자영업자는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해줄 수 있는 여유마저 잃게 된다.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기 쉽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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