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8월말 현재 소득구간별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1217만명) 현황을 보면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이 발견된다. 총 48개로 나눈 월급여액 구간 중 25만원·50만원·100만원·150만원·200만원·300만원이 걸쳐 있는 구간에 이르면 갑자기 가입자수가 급증하고, 그 바로 다음 구간에선 숫자가 다시 가파르게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25만5천원~26만5천원 구간은 4만4천명인데 바로 뒤 구간(26만5천원~28만원)은 2천명으로 뚝 떨어진다. 50만원~54만5천원은 직전 구간(46만~50만원 미만, 2만7천명)의 두배인 5만4천명으로 대폭 증가했다가 바로 뒷 구간(54만5천~59만5천원)에선 다시 4만3천명으로 줄어든다. 95만5천원~102만5천원 구간(40만1280명)은 40만명으로, 바로 직전 구간(88만5천원~95만5천원, 18만6천명)보다 두배 이상 급증하고, 150만원 구간(142만5천원~151만5천원)은 51만8천명으로, 직전 구간(133만5천원~142만5천원, 41만6천명)보다 10만명 늘었는데 바로 다음 구간(151만5천원~161만원, 40만6천명)에선 거꾸로 11만명 줄어드는 식이다. 이런 양상은 200만원·300만원·350만원대에서도 똑같이 관찰된다.
50만원, 100만원 단위로 ‘큰 계단’에 이르면 갑자기 가입자가 몰렸다가 다시 곧바로 줄어드는 다소 불연속적인 이런 흥미로운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연공에 따른 호봉급이든 직능·직무급이든 혹은 혼합형이든 기업이 개별 노동자의 노동 가치(보수)를 정교하게 계량화해 월급을 산정한다면 급여 차이가 대개 정규분포처럼 매끄럽고 연속적인 곡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엄밀한 분석은 어렵지만, 큰 계단에 가입자수가 집중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150만원, 200만원, 250만원 등 ‘노동자가 심리적으로 느낄만한’ 일정한 금액단위에 맞춰 다소 주먹구구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란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