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은 편인데 유독 한국은 고용률과 출산율 둘 다 가장 낮은 국가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경제연구원(원장 사공일)이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여성과 성장잠재력’ 국제회의에서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2012년 현재 오이디시 31개국을 보면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거나, 고용률이 높은 나라는 출산율이 낮고 고용률이 낮은 국가는 출산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례적으로 한국만 출산율과 고용률이 동시에 낮은 국가”라며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25~54세 여성 고용률은 61.2%다. 고용률과 출산율이 함께 높은 국가는 프랑스· 영국·미국·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으로 우리나라에 견줘 10~20% 포인트 높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저출산과 여성고용률이 함께 낮은 한국의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 관계가 정책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 만큼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 개선 속도는 프랑스 등 다른 오이시디 국가에 비해 매우 느리다”며 “두 지표가 동시에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이 출산을 위해 노동시장에서 떠나는 시기, 즉 경력단절 시기가 갈수록 늦춰지면서 이것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남녀 고용률 격차는 1990년대(남성 75%, 여성 55% 수준)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째 거의 변함없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율과 고용률이 함께 낮은 또 다른 국가는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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