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등 ‘정책컨퍼런스’
188만명 대출자 자료 분석
“주택구입목적 51→47%
생활자금목적 37→42%”
188만명 대출자 자료 분석
“주택구입목적 51→47%
생활자금목적 37→42%”
정부가 지난 8월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한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보다는 생활자금 등을 위한 추가 대출 위주로 많이 늘어 향후 가계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임상빈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연구소 연구원은 1일 금융연구원·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케이시비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주택금융규제 완화, 그 효과는?’ 정책컨퍼런스에서 케이시비의 차주(대출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1년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88만여 명의 차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은행의 월평균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규제완화 전(2013년9월∼2014년7월)에는 9만8900건이었으나 규제완화 이후(8월~10월)에는 12만5500건으로 늘었다. 특히 용도별 비중은 최초 주택 구입이 51%에서 47%로 줄고 다른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바꾼 전환대출도 12%에서 11%로 감소했다. 반면에 추가 대출은 37%에서 42%로 상승했다. 추가대출은 이미 대출을 받은 집을 담보로 추가로 받은 대출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목적이 많다.
이들의 1인당 대출액도 전환대출(9850만원→1억260만원)과 최초주택구입(1억70만원→1억980만원)은 규제완화 전후에 별 차이가 없었지만, 추가 대출(8990만원→1억130만원)은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장 연구위원은 “규제완화 이후 기존 부채의 구조 개선이나 주택 구입보다는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을 위한 추가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대됐고, 추가 대출 중 자영업자 비중도 상승했다”며 “추가 대출 가계의 보유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향후 금리나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가계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2금융권 대출의 은행 대출 전환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는 부채 보유구조 개선에 기여했으나, 일부 비우량 고객들이 비제도권→2금융권→은행으로 한단계씩 올라서면서 금융사의 대출 건전성을 저하시켰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장 연구위원은 “주택금융 규제 완화 이후 신규 고객들의 향후 연체율 등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정책컨퍼런스에서 김영식 서울대 교수와 최성호 케이시비 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주택금융 규제 완화와 소비 및 주택시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차주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것보다 약 4.4배 더 강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소득, 주택가격과 상환원리금이 소비(카드이용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연령대별로 분석했을 때 39살 미만은 주택가격 상승에도 오히려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종합적으로 볼 때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소비 진작을 위해선 중산층의 소득 증대, 향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해소 등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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