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경제성장률 역전돼
세계교역 갈수록 급격히 위축
수출의존 계속땐 성장 저하 불가피
“내수경제로 전환 서둘러야” 목소리
세계교역 갈수록 급격히 위축
수출의존 계속땐 성장 저하 불가피
“내수경제로 전환 서둘러야” 목소리
중국 등 전세계 상당수 경제가 내수 중심 성장전략으로 일대 전환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중심국의 성장률이 수출중심국의 성장률을 앞지른 상황이 지표로 확인됐다. 글로벌 경제여건 변화로 한국경제가 수출 한계에 부닥치고 있어 내수경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전, 내수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중심국은 고성장, 내수중심국은 저성장”이란 공식이 금융위기 이후 이미 깨졌다. 연구원이 국제연합(UN) 208개국의 경제성장과 수출을 살펴본 결과, 1970년대~2007년에 내수와 수출을 합친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세계평균(2000~2012년 26.8%, 한국은 38.8%)보다 높은 수출중심국의 평균성장률(3.5%)이 내수중심국(3.1%)에 견줘 지속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2008~2012년엔 내수중심국 성장률(3.4%)이 수출중심국(2.6%)을 처음 웃돌았다. 수출비중과 경제성장 사이의 상관관계가 2000년대부터 약화 추세에 들어선 뒤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내수주도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 이전 4.1%에서 이후에 3.4%로 완만하게 둔화된 반면, 수출주도국은 같은 기간에 5.0%에서 2.6%로 대폭 후퇴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다수 국가가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하면서 공급경쟁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수출경쟁력 우위 확보를 겨냥한 통화약세 경쟁이 꼽힌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세계교역금액 증가율은 2008~2013년 평균 2.6%로, 1990년대 평균(6.6%)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3~2014년엔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도 수입 의존에서 탈피해 자체 생산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해 회복세에 들어선다 해도 2000년대 중반처럼 우리 경제가 빠르게 수출 회복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수출의존 경제 구조를 유지할 경우 급격한 성장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특히, 수출주도 경제는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변동성 충격에 취약하고 과도한 수출경쟁으로 노동조건이 약화되는 ‘바닥을 향한 경주’가 일어나 내수기반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수출주도 성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도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970년대 이래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가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통해 ‘동아시아의 기적’을 구가했으나 40여년만에 대전환에 들어선 셈이다.
물론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경제로 탈바꿈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90년대 이후 일본·태국·말레이시아·캐나다·아일랜드 등이 내수경제를 표방했으나 가계부채 심화, 경상수지 악화, 부동산 거품 붕괴 등 부작용도 많았다”며 “그러나 장기 성장잠재력이 내수확대에 있다는 생각으로 국가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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