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전직 부총리가 차린 경제연구소들은 무얼 할까?

등록 2014-12-08 10:40수정 2014-12-08 11:00

‘세계경제연구원’ 행사에 현직 장관 2명 연설
대부분 기업·단체 후원으로 운영
이헌재 등 참여한 ‘코레이’ “공돈 안 받고 제대로 연구”
2001년 주식회사로 설립했다가 2010년 ‘조용히’ 해산
“한국 기업은 외부 컨설팅 필요없는 두뇌 갖추고 있어”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여성과 성장잠재력’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행사 시작 때는 기조연설자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끝나는 점심시간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오찬사를 했다. 민간이 주최하는 싱크탱크 행사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장관이 두 명이나 와 ‘자리를 빛낸’ 건 이례적이다. 세계경제연구원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이 공직에서 은퇴한 뒤 1993년에 설립한 순수 민간 비영리법인이다. 세계경제연구원 누리집은 “주요국과 국제기구의 최고위 정책담당자 등을 초청해 세계 여건 변화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원은 후원회원(법인·개인)으로 운영되며, 법인회원 회비는 대기업 연 1천만원, 중소기업 연 500만원이다.

경제부총리와 장관을 지낸 고위 경제공직자가 세운 민간 싱크탱크는 한 둘이 아니다. 박세일 교수가 주도해 2006년 설립한 (재)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 전 기확재정부 장관)은 “국가 중장기 전략과제”를 표방하고 있다. 이 재단 역시 회원(개인·법인)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재단 이사회에 기업인 몇명이 포함돼 있다. 2005년 남덕우 전 총리가 주도하고 이승윤·진념 두 전직 경제부총리가 참여해 설립한 (재)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은 “선진화정책 종합연구·제언”을 지향하는 비영리 싱크탱크다. 재단 평의원으로 삼성전자·전국경제인연합회 등 70여개 기업·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기부금으로 연간 7억여원을 모금해 ‘국가정책제안’에 1억5천만원가량을 사용했다.

이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이 만든 또 다른 기업컨설팅 민간싱크탱크 ‘코레이’(KorEI)가 있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윤재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주도해 2001년에 만든 주식회사 형태의 연구소다. “(재벌 기업체같은) 남의 공돈 끌어다 운영하기보다는 정식으로 연구를 하자”고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각자 주주로 자본을 납입해 설립했다. 그런데 코레이는 지난 2010년 소리소문없이 법인을 해산하고 문을 닫았다. 기자가 최근 뒤늦게 이를 확인했는데, 그 배경이 안이한 관행을 깨는 듯 사뭇 이채롭다.

“기업컨설팅 수익사업을 해 벌어들인 재원을 기초로 비영리 연구사업을 하고자 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유수의 전문컨설팅기관에 경영자문을 맡겨왔는데 표면은 화려한 듯 보이지만 별로 유용성이 없어보였고, 그 사이에 코레이가 나서 ‘이윤을 넘어 고용과 삶의 터전으로서 기업’을 진단해주려 했다. 그런데 10년간 활동해보니 우리 풍토와 조건에선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대기업은 외국계의 영미식 표준컨설팅이든 우리 코레이든 돈을 들여 외부의 경영 지혜를 얻을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 기업 내부에 자체 축적된 두뇌와 지혜에 익숙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고, 그런 능력도 배양돼 있다. 더 이상 코레이를 끌고가는 건 (전직 경제관료들이) 괜히 기업에 부담만 주게 된다고 생각해 깨끗이 접었다.”(코레이 관계자)

어느 전직 경제관료의 다음과 같은 말은 코레이의 ‘조용한 해산’과 맞물려 자못 생각에 잠기게 한다. “흔히 고위 경제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연구소를 차려 기업·단체에 회원 멤버십을 팔아 운영하고 또 행사마다 현직 고위 공직자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대외에 포장·홍보하는데, 과연 이 연구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대안적 정책형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