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인천공항 대합실에서 열린 유방암 예방 캠페인에서 승무원들에게 핑크리본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누리꾼들, SNS에서 대한항공 조처 강하게 비판
8일 밤 10시께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지시 파문과 관련해 ‘모든 잘못이 사무장에게 있고 조 부사장은 정당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SNS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체 뭘 사과한 거냐”며 “조현아 부사장의 정당한 지시라니, 정신도 후진했다”며 대한항공을 성토했다. ▶ 관련 기사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서비스 지적은 당연…사무장이 잘못”
진중권(@unheim)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기가 막혀서… 여기가 북조선이냐”라고 꼬집었다. 역사학자 전우용(@histopian) 한양대 동아시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대한항공이 ‘부사장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군요.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던 정부와 너무 똑같네요”라고 비판했다. 백찬홍(@mindgood)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조현아 부사장 불미스런 행동에 대한 대한항공의 사과문은 앞 문장만 빼놓고는 오히려 잘했다는 것이군요. 이 정도 인식밖에 안된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 ‘정이 (@292jung2)’는 “사건 일으킨 당사자 조현아는 사과도 없고, 잘못도 없으며 땅콩 봉지째 내놓은 사무장 잘못뿐. 부사장 말 한마디에 출발시킨 비행기를 되돌린 기장이나, 부사장 감싸는 대한항공이나, 남 탓만하는 박근혜와 닮았다.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부사장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회사가 부사장을 감싸려고 사과문이 아닌 담화문을 발표하는 기업의 수준은 안 봐도 훤하다” (@js8****) 라고 남겼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대한항공의 사과문’을 보도한 관련 기사에도 어제에 이어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과문이 너무 잘못됐지 뭐야. 조현아 부사장의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그 사무장” (codn***), “사과문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지 ‘남 탓’하는 게 아니지 말입니다” (질주***), “기내 승무원의 업무가 탑승 고객의 안전이 먼저인지 VIP 고객의 간식거리를 챙기는 것이 우선인지 매뉴얼이 있다면 다시 점검해보시길. 개념 없는 오너 밑에서 이제껏 국내 제1의 항공사를 만드느라 직원들이 버텨온 것도 대단한데, 고생한 직원들은 뭔 죄?”(인상**), “기업은 직원이 경영하는 것입니다. 직원을 가족으로 생각했다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영방식입니다. 대한항공은 참으로 비굴하고 미래가 없는 기업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쓰다가 버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 경영을 하세요.” (고운***)라고 적었다.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사무장을 걱정하는 누리꾼들의 의견도 보였다. “이 와중에 기사에 언급되는 사무장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권고사직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얼마나 놀라고 긴장했으면 태블릿 비밀번호도 못 풀었을까. 부디 쥐도 새도 모르게 회사에서 쫓겨나듯 짐 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희***)라는 의견도 눈에 띤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