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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말정산이 13번째 월급?…‘독이 든 사과’였네

등록 2014-12-28 19:55수정 2014-12-29 09:12

[월요리포트] ‘달콤한 독’ 소득공제
소득 높을수록 세금 더 깎아줘
소득 재분배 기능 약화
소득공제 100만원 액수 같아도
고소득자 38만원, 저소득자 6만원
절세혜택 소득에 따라 6.3배차이
출근하는 직장인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출근하는 직장인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인천에 사는 김민철(가명·36)씨는 연말이 다가오자 예년처럼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영수증 등을 챙기고 있다. 김씨는 “올해는 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당장 몇 푼이 아쉬운 처지에서 공제제도는 고마운 존재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솔직히 공제제도가 너무 많고 복잡한데다 자주 바뀐다”며 “소득공제니 세액공제니 구별도 하기 어렵고, 조건도 까다로워 국세청 연말정산 서비스에 자동적으로 연결된 항목 중심으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아내, 초등학교 자녀 2명)이 주로 챙기는 공제혜택은 신용카드 사용액,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성당 성금) 등이다.

직장인들에게 ‘13번째 월급’이라고 불리는 연말정산의 시기가 다가왔다.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많이 돌려받으려면 각종 공제혜택을 잘 챙겨야 한다. 공제제도는 서민들에게 내야 하는 소득세를 낮춰 돈을 아낄 수 있게 해주는 ‘효자’로 여겨진다. 정부가 공제혜택을 줄이려고 하면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며 강한 반대 여론에 휩싸이곤 한다.

소득공제 제도가 정말 김씨의 믿음처럼 서민에게 ‘고마운 존재’일까? 많은 조세전문가들은 소득공제 제도는 세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커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서민들이 내야 할 세금을 조금 줄여주지만 동시에 고소득층의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는데다, 전체 세수가 줄어 결국 서민들을 위한 복지재원까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결국은 잃는 것이 더 많은 ‘독이 든 사과’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6~38% 세율로 부유한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는 누진적 성격이 강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세목이다. 세수 규모도 크기 때문에 제대로 세금을 걷는다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 수 있는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공제 규모가 큰데다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몰리면서 조세정책의 주요한 기능인 소득 재분배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서민들이 당장 공제혜택을 받아 좋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저소득층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가 국세청의 ‘연말정산 자동계산’(www.nts.go.kr/cal/cal_05.asp) 시스템을 이용해 1년에 3000만원, 5000만원, 1억6000만원을 버는 근로소득자 세 가구의 사례를 살펴보니, 소득공제에 따른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부부와 자녀 2명의 4인 가구라는 같은 조건으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적용받는 대표적인 소득공제 4개 항목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적용해봤다.

우선 소득이 3000만원인 4인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공제는 975만원, 기본공제는 600만원, 국민연금보험료 공제 135만원, 특별소득공제(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109만3500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네 가지 소득공제 금액을 합하면 1819만3500원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1년에 5000만원을 버는 가구에서는 4개 항목 소득공제가 2209만8900원이고, 소득이 1억6000만원으로 늘어나면 2990만5200원이 된다.

당장은 세금 줄어 좋지만 결국은 저소득층에 불리
근로소득공제 4.9배 차이 나지만
줄어든 세금은 24.9배 격차 벌어져
인적공제도 고소득자 8.6배 혜택
의료비 218배, 기부금 263배 등

신용카드·현금영수증·체크카드 소득공제도 고소득층에 유리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소득의 25% 이상을 사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근로자마다 사용한 액수의 차이가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소득 대비 동일한 비율을 사용했을 경우를 가정해볼 수 있다. 소득 3000만원 가구의 경우 소득의 30%(신용카드 20%+현금영수증 5%+체크카드 5%)를 신용카드 등으로 썼다면 45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5000만원을 버는 가구는 75만원, 소득 1억6000만원은 24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소득공제 액수에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세금으로 환산할 경우 세금혜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소득별로 6~38%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누진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금액이 같은 100만원이라도 소득이 적어 세율 6% 구간에 있는 사람은 세금이 6만원(100만원×6%) 줄어들지만, 38% 구간의 고소득자들은 38만원(100만원×38%)이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소득공제 금액은 같지만, 소득에 따라 세금은 최대 6.3배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이 쓴 ‘소득 양극화 현상 완화를 위한 소득세제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2013년)를 보면, 소득공제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공제’의 경우 1인당 공제액수는 최저 과세표준(1200만원 이하)과 최고구간(3억원 초과) 사이의 차이가 4.9배였다. 1인당 줄어든 세금을 비교하면 24.9배로 커진다. 과세표준(급여에서 소득공제를 뺀 금액)을 더 세분화했을 경우 1000만원 이하와 10억원 초과 구간 사이의 근로소득공제로 인한 1인당 세금 경감액 차이는 무려 67배나 됐다. 1000만원 이하 직장인은 1인당 56만9397원의 세금혜택을 받은 반면, 10억원 넘게 버는 직장인은 3815만5320원의 세금이 절감됐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인적공제’도 소득별로 세금혜택 차이가 컸다. 인적공제 중 ‘기본공제’는 본인을 포함해 가족 1명당 150만원의 공제를 받는다. 조건이 있는데, 배우자는 연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자녀들은 20살 미만이면 공제받을 수 있어 4인 가구일 경우 공제액은 600만원에 이른다. 기본공제로 1인당 줄어든 세금을 비교해보니, 과세표준 1000만원 이하는 15만1631원, 10억원 초과자는 130만3077원으로 8.6배 차이가 났다. 국민연금보험료 공제는 13.1배, 의료비는 218.5배, 기부금 263.6배, 보험료(민간) 101.5배, 투자조합출자 공제 74.9배, 장기주식형저축 18.3배, 신용카드 9.1배로 조사됐다. 6~38%라는 누진적 소득세 구조에서는 어떤 소득공제 항목에서도 고소득층에게 더 유리한 것이다. 직장인들의 소득공제 항목 중에서는 근로소득공제가 51.1%로 가장 비중이 크고, 인적공제(19.2%), 특별공제(15.9%)가 뒤를 따르고 있다.

자영업자 등 종합소득자들은 소득공제 항목이 근로소득자와 견줘 적지만,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적공제는 과세표준 1000만원 이하와 10억원 초과 사이 세금절감이 7.2배, 국민연금보험료 15.6배 차이가 났다. 종합소득자 소득공제는 인적공제(53.9%), 특별공제(16%), 연금보험료(12.3%) 등의 순서다.

소득공제가 소득 재분배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임주영, 박기백, 김우철 교수(세무학)는 ‘소득세 감면제도의 재분배 효과’(2014년) 보고서에서 “고소득자가 소득공제의 적용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절감하고 있다”며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와 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 자료로 분석을 해보니, 특히 근로소득공제, 보험료공제, 인적공제가 소득 재분배 효과를 비교적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는 “세금을 걷는 데 있어 각종 소득공제 등 예외를 두면 여러 가지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소득공제를 줄여 늘어나는 재원으로 복지정책에 활용한다면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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