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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빈부차 해소가 최우선 과제” 55%…‘성장보다 분배’ 절박감

등록 2015-01-01 19:58수정 2015-03-16 11:29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과 복지 모두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과 복지 모두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광복 1945 희망 2045] 전문가 조사
‘빈부격차 심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102명이 꼽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다.

<한겨레>가 광복 70년 새해를 맞아 실시한 특별 전문가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65.8%가 ‘빈부격차 심화’를 꼽았다. ‘실업·고용 불안정’이 35.5%로 두번째였다. 비슷한 질문의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부정부패 심화’(39.1%), ‘빈부격차 심화’(36%), ‘정치적 리더십 부재’(32%) 순서로 나타난 바 있다.

전문가들이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를 일반 국민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빈부격차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대립도 심각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되는 경향”(이홍훈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한해 토마 피케티가 던진 ‘불평등’이라는 화두에 한국 사회가 열광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빈부격차 해소’(54.9%), ‘시민문화 성숙’(31.6%), ‘일자리 창출’(25.8%)과 ‘교육개혁’(25.8%), ‘정치안정’(22.3%) 차례로 답했다. 비슷한 설문에서 일반 국민들은 ‘정치혁신’(33.4%)을 1순위로 지목했고, ‘빈부격차 해소’(28.3%), ‘경기회복’(28.3%) 등이 그다음이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져도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 전체가 좋아지기 어렵다”(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절박감이 전문가들에게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갈등·대립 깊어져 인간존엄 훼손”

“시민문화 성숙” 32% “일자리” 26%
거시적으론 분단해소·균형외교

학벌·학력 아닌 능력사회 돼야
학교를 입시 아닌 삶의 장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도 주문

향후 30년을 내다보았을 때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도 물어봤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한반도 분단대결 구도 해소와 한반도 주변의 전략 상황 변화에 따른 균형외교”를 주문했다.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높이고, 미-중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실리외교를 펼치라는 조언이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도 “남북한 주민이 생태친화적인 균형 발전을 이루고 그에 기반해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향후 30년을 고려한 우리 사회의 선결과제로 꼽았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인구 고령화 추세를 10년 이내 반전시키지 못하면 30년 후엔 경제성장도 복지국가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저출산과 노인 불평등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보수적 성향의 전원책 변호사도 “성장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중진국에 머무르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성장 발판의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교육에 대한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력과 학벌이 아닌 저마다 지닌 능력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교육 변화의 방향에 대해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존의 학교 교육을 대학입시가 아니라 삶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의 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가 돌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핵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박범신씨가 꼽은 광복 100년을 앞둔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는 정치였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는 시대인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이 출현해 국민들에게 만연한 정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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