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급 1000만원 등 회사채 할당
회사가 나서서 은행 대출 알선
“불이익 받을까 거부 어려워”
직원들 ‘울며 겨자먹기’ 약정서 써
회사가 나서서 은행 대출 알선
“불이익 받을까 거부 어려워”
직원들 ‘울며 겨자먹기’ 약정서 써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대우전자가 사원들에게 은행 대출을 알선해 회사의 무보증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사게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원들은 자칫 돈을 모두 날릴 수 있지만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대출 약정서를 제출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이 지난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동부건설이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는 등 여러 계열사가 심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
6일 동부대우전자와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 쪽은 전날 부서별로 설명회를 열어 사원과 대리급은 1000만원, 차장·부장급은 2000만원, 임원은 1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살 것인지를 결정해 필요한 서류를 내도록 했다. 회사채 인수에 필요한 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게 회사가 일괄 알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6일 오전 은행 대출 약정서를 나눠준 뒤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대출금액만 적어 서명해 제출하게 했다.
동부대우전자는 광주공장의 생산설비와 중국 톈진공장 설비를 맞바꾸는 데 쓸 13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마련했으나, 300억원이 부족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공모로 발행할 여건이 되지 못하자, 사원들에게 이를 사도록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동부대우전자는 3분기에 86억원의 적자를 냈고, 9월 말 부채비율이 463%에 이른다. 신용평가회사로부터 회사채 발행에 필요한 신용등급을 받은 적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회사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연 7%의 이자를 주는 만큼 수익도 생긴다. 그런 혜택도 돌아가게 하기 위해 회사채 투자를 권유했다”며 “그래도 부담을 느껴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는 사원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직원들한테 회사채를 사라는 것은 달리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고,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이 은행 대출금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데 회사가 사실상 반강제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간부 직원은 “잘리면 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함부로 거부하겠느냐”며 “대리급 이상은 불이익을 우려해 대출 약정서를 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하이텍이 18.3%, 김준기 회장이 9.2%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한편 동부건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동부건설 협력업체에 정상적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도 공문을 최근 17개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협력업체들의 자금 애로가 우려된다”며, “협력업체를 압박하는 각종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행위, 대출 한도를 줄이는 행위,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 대상으로 명시했다. 금감원은 또 동부건설 회생계획안에 따라 협력업체가 회수할 수 있는 예상금액을 산출해 이를 담보로 운영자금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정남구 황보연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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