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가는 곳마다 시끄럽다. 우버의 사업이 각국 법규와 택시사업자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8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택시운전자 3000여명이 모여 ‘우버 서비스’ 철수 등을 외치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토요판] 뉴스분석, 왜?
파괴자 우버
파괴자 우버
▶ 스마트폰으로 5분 만에 내가 있는 곳으로 승용차를 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합니다. 차에서 내릴 때, 따로 계산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이동한 거리를 파악해 자동으로 요금을 계산하고,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죠. 이런 서비스를 구현한 우버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버는 어떤 기업인지, 왜 각국에서 논란을 일으키는지 알아봤습니다.
2014년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인 기업은 어디일까.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나름의 성과와 실패를 겪었겠지만, ‘우버’만큼 화제를 몰고 다닌 기업은 드물다. 아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인 우버는 2014년 한 해 동안 세계 190여 도시에 새로 진출했다. 지금은 50개 나라 250개 도시에서 영업 중이고 빠르게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버는 이 도시들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을까.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에 빠르게 확장한 것일까. 오히려 정반대다. 가는 곳마다 시끄러웠다. 많은 곳에서 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고, 사법당국의 조사나 수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됐으며 각국 택시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지난해 6월11일은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독일의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택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동을 끈 날이었다. 이렇게 여러 국가의 택시들이 뜻을 모은 이유는 하나다. 택시의 영업을 방해하는 우버를 규제하라는 것이다. 각국의 법체계에 따라 우버가 처한 위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우버를 이용한 영업이 규제를 받고 있다. 유럽의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정부가 우버의 영업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5일 우버 운전기사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인도에서도 영업이 전면 금지됐다.
종합 물류운송기업 발돋움 향한 야심
우버는 창업자들의 모국이자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네바다주 지방법원은 우버가 기존의 택시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운행을 금지했고 메릴랜드주, 애틀랜타시, 시카고시 등의 택시기사들은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도 우버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우버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번째 진출한 곳이고, ‘우파라치’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유일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우버의 서비스 중 우버엑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명백한 불법이라며 철저히 단속하도록 서울시에 지시했고, 서울시는 우버코리아와 우버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트래비스 칼라닉, 렌터카 업체인 엠케이코리아를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칼라닉 대표는 서울의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칼라닉 대표와 엠케이코리아 이아무개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우버 등 현행법상 불법 유상운송행위자에 대한 100만원 이내의 신고포상금 제도가 포함’된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됐다. 우버 영업을 발견해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까지의 포상금을 받게 돼 ‘우파라치’마저 생길 판이다.
그렇다면 각국에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우버는 당황하고 있을까. 우버의 경영진이 어떤 마음가짐인지는 알기 어려우나, 우버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심정은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전세계에서 말썽을 일으킬수록 우버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우버가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시기는 사업을 시작한 지 18개월밖에 되지 않은 때다. 2011년 12월 우버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3200만달러(3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초기 투자금을 바탕에 두고 우버는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2012년 유럽에 진출했고 2013년 8월 다시 한번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우버는 구글벤처스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2억5800만달러(2800억원)를 투자받았다. 구글벤처스가 투자한 역대 투자금 가운데 최고 금액이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확보한 지분을 통해 산정한 우버의 기업가치는 34억달러(3조7000억원)였다.
지난해 4월엔 사모펀드인 피델리티, 웰링턴매니지먼트, 블랙록, 서밋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2억달러(1조3120억원) 등을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170억달러(18조5878억원)로 치솟았다. 그리고서 8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엔 중국 포털업체인 바이두로부터 6억달러(6560억원)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는 다시 두배가 넘는 410억달러(44조8294억원)로 평가받았다. 참고로 이 기업가치는 상장된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2위인 현대자동차(39조7599억원)보다 높다. 우버가 수송하는 대상은 사람만이 아니다. 택배서비스인 우버러시, 화물운송 서비스인 우버카고,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우버코너스토어 등을 출시해 종합물류·운송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을 불사하는 우버가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몸값이 높아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버가 각국에서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버가 진출하는 나라의 언론매체들은 현지 택시산업과 충돌하는 우버의 사업모델을 소개한다. 행정부와 사법당국은 법 저촉 여부를 살핀다. 기존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이런 과정들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면서 우버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지 않아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 동시다발적인 택시파업이 있던 날에 가입자 수가 평소보다 8배 이상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택시운전자 3000여명이 모여 우버를 규탄하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 날에 우버 가입자 수는 평소보다 4.5배 늘었다고 우버 쪽은 밝혔다. <한겨레>가 지난해 8월27일 우버블랙 서비스를 체험하며 만난 기사 역시 “서울시가 우버의 불법화 등을 언급한 뒤, 손님이 확 늘었다”며 영업 초기 하루 2~3명의 손님이 하루에 1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각국 택시업계 반발 알려지며
마케팅 비용 없이 큰 선전효과
유럽 동시다발 택시파업 있던 날
가입자 수가 평소의 8배나 늘어
서울에서도 비슷한 현상 생겨나 기존 서점 파괴하며 나온 아마존
비디오대여점 잠식한 넷플릭스
MP3와 피처폰 사장시킨 애플
기존 자동차의 대안 테슬라 전기차
그러나 우버가 파괴하는 택시는… 안전 문제와 네덜란드로 가는 수수료 논란 사업과 법규가 충돌하는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현지 공권력에 의해 아예 사업이 중단된다면 우버도 사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검찰의 기소와 서울시의 영업금지 조처, 우파라치 제도 시행 이후 ‘우버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는 보도가 뒤이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세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긴 했지만, 그 법규의 암초를 뚫고 순항한 경우도 많다. 우버가 2010년 6월 처음 사업을 시작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동안 ‘택시 법규’ 위반 논란이 거셌다. 이로 인해 시 당국이 우버를 규제하려 하자 우버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정부가 막으려 한다’고 여론에 호소했고, 이 전략은 먹혀들었다. 진통 끝에 2013년 1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우버를 택시사업자가 아닌 ‘교통망업체’(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TNC)라는 새로운 범주에 포함시켜 합법화했다. 투쟁 끝에 정치적 승리를 얻어낸 곳도 적지 않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지난해 6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교통망업체를 인정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법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뉴욕시와 워싱턴에서도 사업이 합법이라는 정부의 인정을 받아냈다. 일리노이주에선 ‘우버 금지법안’이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공화당 후보 브루스 라우너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우버를 사랑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현 주지사인 팻 퀸에게 우버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선거에서 라우너와 맞붙은 팻 퀸도 선거가 다가오는 8월 결국 우버 금지법안에 거부권(veto)을 행사했다. 런던, 파리,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도 택시운전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부 규제가 생긴 곳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차량호출 앱을 사용하는 택시들은 호출 15분 뒤에 출발해야 하는 ‘15분법’이 2013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우버는 각국에서 법 위반 논란이 있을 때마다 법적인 결론이 날 때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국내에서도 ‘신고포상금 제도’가 시행된 올 1월1일 이후에도 우버는 영업 중이다. 지난 9일 오전 우버 앱을 실행했더니, 서울 강남지역에서 운행하는 우버엑스 차량을 지도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영업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우버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시와 법 해석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법적인 결론이 나기 전까지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버는 자신들을 ‘운수사업자’가 아닌 ‘기술플랫폼’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즉 승객과 운전자가 만나는 플랫폼을 만드는 기술기업이기 때문에 ‘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 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이 우버 쪽의 입장이다. 우버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안전’ 문제에 집중된다. 인도와 보스턴에서 우버 운전자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은 전세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안전 문제는 각국 정부와 택시업계가 우버를 규제하라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택시사업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운전자에 대한 ‘전과 조회’를 하지만, 우버 운전자에겐 전과 조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12월29일 “시에서 감시하는 택시와 달리 우버택시는 범죄가 일어나도 통제하기 어려워 시민 안전 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박하는 입장도 있다. 국내에서 빈방 공유사업을 영위하는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는 소비자가 먼저 외면한다. 오히려 우버는 실시간으로 승객과 차량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택시보다 더 안전한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버 쪽도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12월17일 누리집에 ‘안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란 글을 게재하며 “우버는 운전자의 신원과 사진을 승객에게 미리 공유하고, 승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강화된 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 여부나 세금 등도 논란거리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우버를 이용한 승객들이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이 어려워 치료비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우버 쪽은 협력업체의 차가 모두 보험에 가입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우버가 운전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탈세 논란도 있다. 우버는 요금의 80%를 운전자에게 지급하고, 20%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이 수익은 그대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우버 쪽에 넘어가고 한국 정부엔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우버는 이에 대해 “우버의 수수료 소득에 대한 세금은 네덜란드에 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체결한 국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우버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을 운영하며 콘텐츠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챙겨온 구글, 애플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에스케이의 티스토어, 삼성 타이젠스토어 등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5년 7월부터 부가세 10%를 애플, 구글 등의 글로벌 업체에 징수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국내 수수료 수익 규모를 명확히 밝히고 세금 납부에 협조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공유경제’보다는 ‘파괴자’ 키워드가 적합 우버가 전세계적인 트렌드인 ‘공유경제’에 부합하느냐는 논쟁도 있다. 공유경제란 유휴 장비나 시설을 공유해 협력적 소비를 촉진한다는 의미인데, 드릴과 같은 공구나 자동차 등을 사용하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인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사용하지 않는 빈방이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업 숙박업자나 운송업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경제’보다 우버를 설명하기에 좋은 단어는 바로 ‘파괴자’(disruptor)다. 미국의 정보통신 미디어인 테크크런치는 2010년부터 매년 ‘파괴’를 주제로 콘퍼런스와 벤처 경진대회를 여는데, 2014년엔 이 행사의 첫 연사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었다. 지금까지 이 콘퍼런스에서는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로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며 떠오른 기업들이 다뤄졌다. 기존 서점을 파괴하며 등장한 아마존, 비디오대여점을 잠식하며 떠오른 넷플릭스, 엠피3플레이어와 피처폰을 모두 사장시키며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애플,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빈방을 중개하며 기존 호텔업계를 위협하는 에어비앤비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우버가 파괴하는 택시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특수하다는 속성이 있다. 택시는 안전 규제와 승객 피해 보상, 사업자 수 적정 유지 등을 위한 목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가제로 운영된다. 한국은 2012년 12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대중교통법 개선안(일명 택시법)으로 인해 전국의 버스가 운행 중단을 선언하는 등 택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국가다. 이는 근본적으로 택시 차량 수 조절에 실패해 택시운전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마저 시장에 들어와 택시산업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버가 제시한 스마트폰으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사업은 시장을 만들어냈고, 여러 업체들이 뒤따라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일 일본에서 우버택시에 대항하는 ‘라인택시’를 내놨고 국내에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 역시 서울택시조합과 협약을 맺고 올 1분기 내로 ‘카카오택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기존 택시와 연계해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버는 정부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에게도 숙제를 남긴 셈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마케팅 비용 없이 큰 선전효과
유럽 동시다발 택시파업 있던 날
가입자 수가 평소의 8배나 늘어
서울에서도 비슷한 현상 생겨나 기존 서점 파괴하며 나온 아마존
비디오대여점 잠식한 넷플릭스
MP3와 피처폰 사장시킨 애플
기존 자동차의 대안 테슬라 전기차
그러나 우버가 파괴하는 택시는… 안전 문제와 네덜란드로 가는 수수료 논란 사업과 법규가 충돌하는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현지 공권력에 의해 아예 사업이 중단된다면 우버도 사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검찰의 기소와 서울시의 영업금지 조처, 우파라치 제도 시행 이후 ‘우버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는 보도가 뒤이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세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긴 했지만, 그 법규의 암초를 뚫고 순항한 경우도 많다. 우버가 2010년 6월 처음 사업을 시작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동안 ‘택시 법규’ 위반 논란이 거셌다. 이로 인해 시 당국이 우버를 규제하려 하자 우버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정부가 막으려 한다’고 여론에 호소했고, 이 전략은 먹혀들었다. 진통 끝에 2013년 1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우버를 택시사업자가 아닌 ‘교통망업체’(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TNC)라는 새로운 범주에 포함시켜 합법화했다. 투쟁 끝에 정치적 승리를 얻어낸 곳도 적지 않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지난해 6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교통망업체를 인정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법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뉴욕시와 워싱턴에서도 사업이 합법이라는 정부의 인정을 받아냈다. 일리노이주에선 ‘우버 금지법안’이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공화당 후보 브루스 라우너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우버를 사랑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현 주지사인 팻 퀸에게 우버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선거에서 라우너와 맞붙은 팻 퀸도 선거가 다가오는 8월 결국 우버 금지법안에 거부권(veto)을 행사했다. 런던, 파리,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도 택시운전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부 규제가 생긴 곳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차량호출 앱을 사용하는 택시들은 호출 15분 뒤에 출발해야 하는 ‘15분법’이 2013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우버는 각국에서 법 위반 논란이 있을 때마다 법적인 결론이 날 때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국내에서도 ‘신고포상금 제도’가 시행된 올 1월1일 이후에도 우버는 영업 중이다. 지난 9일 오전 우버 앱을 실행했더니, 서울 강남지역에서 운행하는 우버엑스 차량을 지도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영업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우버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시와 법 해석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법적인 결론이 나기 전까지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버는 자신들을 ‘운수사업자’가 아닌 ‘기술플랫폼’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즉 승객과 운전자가 만나는 플랫폼을 만드는 기술기업이기 때문에 ‘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 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이 우버 쪽의 입장이다. 우버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안전’ 문제에 집중된다. 인도와 보스턴에서 우버 운전자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은 전세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안전 문제는 각국 정부와 택시업계가 우버를 규제하라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택시사업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운전자에 대한 ‘전과 조회’를 하지만, 우버 운전자에겐 전과 조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12월29일 “시에서 감시하는 택시와 달리 우버택시는 범죄가 일어나도 통제하기 어려워 시민 안전 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박하는 입장도 있다. 국내에서 빈방 공유사업을 영위하는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는 소비자가 먼저 외면한다. 오히려 우버는 실시간으로 승객과 차량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택시보다 더 안전한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버 쪽도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12월17일 누리집에 ‘안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란 글을 게재하며 “우버는 운전자의 신원과 사진을 승객에게 미리 공유하고, 승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강화된 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 여부나 세금 등도 논란거리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우버를 이용한 승객들이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이 어려워 치료비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우버 쪽은 협력업체의 차가 모두 보험에 가입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우버가 운전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탈세 논란도 있다. 우버는 요금의 80%를 운전자에게 지급하고, 20%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이 수익은 그대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우버 쪽에 넘어가고 한국 정부엔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우버는 이에 대해 “우버의 수수료 소득에 대한 세금은 네덜란드에 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체결한 국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우버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을 운영하며 콘텐츠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챙겨온 구글, 애플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에스케이의 티스토어, 삼성 타이젠스토어 등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5년 7월부터 부가세 10%를 애플, 구글 등의 글로벌 업체에 징수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국내 수수료 수익 규모를 명확히 밝히고 세금 납부에 협조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공유경제’보다는 ‘파괴자’ 키워드가 적합 우버가 전세계적인 트렌드인 ‘공유경제’에 부합하느냐는 논쟁도 있다. 공유경제란 유휴 장비나 시설을 공유해 협력적 소비를 촉진한다는 의미인데, 드릴과 같은 공구나 자동차 등을 사용하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인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사용하지 않는 빈방이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업 숙박업자나 운송업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경제’보다 우버를 설명하기에 좋은 단어는 바로 ‘파괴자’(disruptor)다. 미국의 정보통신 미디어인 테크크런치는 2010년부터 매년 ‘파괴’를 주제로 콘퍼런스와 벤처 경진대회를 여는데, 2014년엔 이 행사의 첫 연사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이었다. 지금까지 이 콘퍼런스에서는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로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며 떠오른 기업들이 다뤄졌다. 기존 서점을 파괴하며 등장한 아마존, 비디오대여점을 잠식하며 떠오른 넷플릭스, 엠피3플레이어와 피처폰을 모두 사장시키며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애플,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빈방을 중개하며 기존 호텔업계를 위협하는 에어비앤비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우버가 파괴하는 택시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특수하다는 속성이 있다. 택시는 안전 규제와 승객 피해 보상, 사업자 수 적정 유지 등을 위한 목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가제로 운영된다. 한국은 2012년 12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대중교통법 개선안(일명 택시법)으로 인해 전국의 버스가 운행 중단을 선언하는 등 택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국가다. 이는 근본적으로 택시 차량 수 조절에 실패해 택시운전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마저 시장에 들어와 택시산업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버가 제시한 스마트폰으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사업은 시장을 만들어냈고, 여러 업체들이 뒤따라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일 일본에서 우버택시에 대항하는 ‘라인택시’를 내놨고 국내에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 역시 서울택시조합과 협약을 맺고 올 1분기 내로 ‘카카오택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기존 택시와 연계해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버는 정부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에게도 숙제를 남긴 셈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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