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구조 또 문제 드러나” 지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대량매각이 무산됐다. 매각을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식을 내다팔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주식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선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에 이어 또다시 현대차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현대차와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는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전날 정 회장 부자는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에게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13.4%)를 블록딜 하겠다는 공지를 보낸 바 있다.
이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져 전날보다 4만5000원(15%) 내린 2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각은 불발됐지만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를 현금 마련 창구로 사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 투자자 사이에 퍼진 탓이다. 이상현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만큼 언젠가 대주주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감이 번지며, 그동안 지배구조 이슈로 가치보다 올랐던 주가가 한꺼번에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2만7500원(11.55%) 오르며 26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중요성을 이번 매각 추진이 다시 한번 일깨웠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 불발에 대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대규모의 블록딜은 보통 ‘숙려’ 기간을 갖고 여러 투자은행들과 접촉하고 나눠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씨티은행 한군데를 통해서 갑자기 시장에 던져졌다. 한전 부지 매입에 이어, 글로벌 기업이라는 현대차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록딜 매각 추진부터가 자충수였다는 평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분석가는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까지 내놓는 블록딜 시도는 투자자들에게 ‘글로비스는 현금 마련용’이라는 인상을 줬다. 결과적으로 글로비스 주가는 떨어뜨리고 모비스 주가는 끌어올려, 현금은 못 챙기고 사려고 하는 주식의 가격은 높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쪽은 “어떠한 경우에도 (현대글로비스에서 정 회장 부자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정리 해석에 대해서 “잘못 내다본 억측”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박승헌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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