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육성 내세워 민간 개방
손보업계선 상반기 진출 채비
중소기업 손해율 100% 넘어서
가입 문턱 높아질 가능성 커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부도 잦은데
정부 지원기능 위축 우려 목소리
손보업계선 상반기 진출 채비
중소기업 손해율 100% 넘어서
가입 문턱 높아질 가능성 커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부도 잦은데
정부 지원기능 위축 우려 목소리
정부가 금융산업 육성 차원에서 결정한 단기 수출보험 시장의 민간 개방이 본격화하면서 중소기업 수출에 대한 정부 지원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전담하던 보험영역이 민영화되면 손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의 가입 문턱이 크게 높아지거나 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오영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무보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단기 수출보험 상품의 2014년 손해율은 155.57%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88.57%, 53.21%의 손해율을 나타내 훨씬 낮은 편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다는 것은 보험사가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최근 5년간 손해율이 네 차례나 100%를 넘어선 반면, 대기업은 딱 한 차례에 그쳤다.
수출보험이란 물건을 사갈 바이어가 수출대금을 떼먹을 위험에 대비해 수출기업이 드는 보험이다. 단기 수출보험은 보험적용 기한이 2년 이내인 상품이다. 이 시장의 보증 규모는 연간 170조원 안팎으로 중장기 수출보험을 포함한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상품수출을 하는 대개의 기업은 대금결제 기한이 짧아 단기 보험을 이용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 등의 상황에선 수출 부도가 많이 터져 손해율이 높아지는데, 최근의 손해율 급상승은 세계 경기 침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바이어들을 상대하는 중소기업은 불황기에 보험사고가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민간 손보 업계가 중기를 ‘미운오리 새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민간 보험사가 병이 있는 가입자를 거절하듯이, 법적으로 수출 진흥 목표가 부여된 공적 기능의 무보와 달리 민간 손보사는 중소기업의 보험가입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무보는 중소기업에서 난 손해를 대기업에서 난 이익으로 상쇄하는 수익구조다. 만약 민간 손보사들이 돈이 되는 대기업 시장을 대거 차지하면 무보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 8월 ‘금융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단기 수출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 현 정부 임기말인 2017년까지 민간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 개정없이 금융위원회의 상품 승인만으로 가능하다.
민간 손보 업계는 그간 득실을 따지다가 올 상반기 안에 단기 수출보험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약관 작업에 들어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일부 회원사들이 가장 기본이 되는 약관 작업을 시작했으며, 협회가 금융당국에 약관 문의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올해 들어 회원사들한테 질문 취합을 시작했다”면서 “협회는 올 상반기내 진출을 목표로 회원사들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무보의 독점구조에서 손해가 발생하면 국가 예산이 소요되는데 여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민간 경쟁으로 전체 요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진흥에 주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려를 표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기들이) 당해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문제점 보완대책을 계속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영식 의원 쪽은 “수출보험은 교역확대 효과가 커서 정부가 수출진흥 정책으로 활용해도 세계무역기구(WTO)가 불공정 무역행위로 막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며 “금융산업 과실도 국내 보험사는 수수료만 따먹고 대부분 외국계 거대 보험사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민간 개방 땐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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