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의 2008년 산업은행 총재 취임식 장면. 산업은행은 이후 자원외교 금융 지원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연합뉴스
[탐사기획]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
민유성(61) 나무코프(사모펀드 운용사) 회장이 한국산업은행 총재 시절 캐나다 투자금융회사인 아르시아이(RCI)캐피털을 국내 에너지 공기업에 소개해주기 전, 민 회장의 딸이 아르시아이캐피털과 고용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또 민 회장은 산은 총재 때 1000억원대 투자협약을 맺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티스톤에 재취업한 뒤 아르시아이캐피털과 3억달러(3260억여원) 규모의 합작펀드 조성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12월
‘Employment Agreement between RCI and Y Y Min.’ 2008년 12월8일, 아르시아이캐피털이 작성한 6쪽 분량의 고용계약서 제목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문건에 나오는 피고용자는 민아무개(33·여)씨다. 아르시아이는 당시 26살이었던 민씨에게 ‘한국 시장 애널리스트’란 명함을 줬다. 민씨는 대학·대학원에서 경제 분야를 전공한 적이 없다. 민씨의 급여는 월 3000캐나다달러(272만여원)였다. 이 문건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훗날 광물자원공사의 손실로 이어질지는 당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민씨는 당시 국내 최대 국책은행 총재를 맡고 있던 민유성 회장의 딸이었다.
고용계약을 맺은 다음달인 2009년 1월15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이 해외자원개발사업 업무협약서를 함께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민 회장과 김신종(65) 전 광물공사 사장이었다. 민 회장은 앞으로 광물공사에 금융 지원과 자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2009년 3월
두달 뒤인 3월31일. 서울 삼청각에선 주한 캐나다 대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양쪽 당사자는 산업은행과 아르시아이캐피털이었다.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아르시아이캐피털 사장은 뜻밖에 한국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존 박(한국명 박성준)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당시 아르시아이캐피털 방문 일정표를 보면, 산업은행은 존 박 사장에게 에너지 공기업 등 자원개발 관련 기관들을 대부분 소개해줬다.
2011년 6월
민씨의 고용계약서에서 비롯된 ‘민 회장-광물공사-존 박 사장’의 고리는 결국 2년여 뒤 광물공사의 칠레 산토도밍고 동광개발 사업으로 비극을 맞게 된다. 광물공사는 2011년 6월 아르시아이캐피털을 통해 캐나다 캡스톤사를 소개받았다. 광물공사와 캡스톤사는 산토도밍고 동광개발 사업권을 갖고 있던 파웨스트사를 인수했다. 이 사업은 광물공사가 정상 가격보다 5000만달러(543억5000만원)를 더 지급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존 박 사장은 당시 광물공사를 알선한 대가로 캡스톤사에서 165만캐나다달러(약 15억원)를 받았다. 모양새만 따져놓고 보면, 이들 관계에서 피해를 본 건 물주 노릇만 한 광물공사였다. 민 회장과 존 박 사장은 각각 ‘딸 취업’과 ‘15억원’을 챙겼다. 국책은행의 ‘장’인 민 회장은 왜 투자금융시장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아르시아이캐피털이란 곳과 손을 잡은 것일까. 존 박 사장과는 어떤 관계일까.
<한겨레>는 아르시아이캐피털에서 부사장을 지낸 캐나다인 숀 라일리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 있는 그와 전자우편을 통해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민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아르시아이캐피털의 자회사인 투자이민업체 르네상스캐피털을 통해 캐나다 영주권을 얻었다. 민 회장은 투자이민 상담을 하다 존 박 사장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오랫동안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 금융계 인맥인 민 회장이 2008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산업은행 총재 자리를 약속받자, 민 회장은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2008년 6월11일 산업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민 회장, 과거 파트너인 RCI에
딸 취업시키고 업무 협약
광물공사 끌어들여 투자 유치
‘500억 과다 지급’ 칠레 비극낳아 사모펀드 티스톤과 출자 약정하고
퇴직 뒤 그 회사 회장으로 취업도 라일리는 “민 회장은 존 박 사장을 캐나다에서 자원개발사업을 하는 유용한 창구로 봤다. 민 회장이 퇴임한 뒤 산업은행이 아르시아이캐피털과 맺은 업무협약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시아이캐피털은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다. 한국 방문 당시 존 박 사장은 캐나다 ‘투자은행’(IB)이라고 소개했으나 캐나다에서 단 한번도 투자은행으로 등록된 적이 없다. 자원개발 분야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민 회장과 존 박 사장의 커넥션은 민 회장 퇴임 뒤 수상한 돈의 흐름과 궤적을 같이해 이어진다. 2011년 10월 2011년 10월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퇴직 후에 먹고살 자리를 미리 현직에 있을 때 만들어 놓고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틀림없이 이 1470억원을 넣을 때 뒷거래가 있지 않았나 보고 있다.” 배영식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민 회장의 퇴임 전후 행적을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 얘기를 종합하면, 민 회장은 산업은행 총재 시절 사모펀드 운용사인 티스톤과 만든 사모펀드에 산업은행 돈 147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민 회장은 2011년 3월11일 퇴임한 뒤 곧장 티스톤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 5월 눈여겨볼 대목은 민 회장의 ‘동선’에 아르시아이캐피털이 또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티스톤 회장 재직 때인 2012년 5월17일 민 회장은 아르시아이캐피털과 손잡고 3억달러 규모의 합작 펀드를 조성했다. 각각 1억5000만달러(1630억여원)씩 돈을 내기로 했다. 라일리는 “민 회장이 산업은행을 떠난 뒤 티스톤을 만든 자금은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다. 존 박 사장은 항상 현금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딸 취업은 존 박 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에서 이뤄진 것으로 대가성은 전혀 없는 일이다. 실제 딸은 한달 인턴만 하고 그만뒀다. 존 박 사장은 캐나다 자원개발에 전문성이 높은 인물로, 그의 능력을 믿고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캐나다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티스톤과 아르시아이캐피털의 합작 펀드도 결국 무산됐다. 존 박 사장과 금전 거래 등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필 류이근 기자 fermata@hani.co.kr
딸 취업시키고 업무 협약
광물공사 끌어들여 투자 유치
‘500억 과다 지급’ 칠레 비극낳아 사모펀드 티스톤과 출자 약정하고
퇴직 뒤 그 회사 회장으로 취업도 라일리는 “민 회장은 존 박 사장을 캐나다에서 자원개발사업을 하는 유용한 창구로 봤다. 민 회장이 퇴임한 뒤 산업은행이 아르시아이캐피털과 맺은 업무협약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시아이캐피털은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다. 한국 방문 당시 존 박 사장은 캐나다 ‘투자은행’(IB)이라고 소개했으나 캐나다에서 단 한번도 투자은행으로 등록된 적이 없다. 자원개발 분야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민 회장과 존 박 사장의 커넥션은 민 회장 퇴임 뒤 수상한 돈의 흐름과 궤적을 같이해 이어진다. 2011년 10월 2011년 10월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퇴직 후에 먹고살 자리를 미리 현직에 있을 때 만들어 놓고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틀림없이 이 1470억원을 넣을 때 뒷거래가 있지 않았나 보고 있다.” 배영식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민 회장의 퇴임 전후 행적을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 얘기를 종합하면, 민 회장은 산업은행 총재 시절 사모펀드 운용사인 티스톤과 만든 사모펀드에 산업은행 돈 147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민 회장은 2011년 3월11일 퇴임한 뒤 곧장 티스톤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 5월 눈여겨볼 대목은 민 회장의 ‘동선’에 아르시아이캐피털이 또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티스톤 회장 재직 때인 2012년 5월17일 민 회장은 아르시아이캐피털과 손잡고 3억달러 규모의 합작 펀드를 조성했다. 각각 1억5000만달러(1630억여원)씩 돈을 내기로 했다. 라일리는 “민 회장이 산업은행을 떠난 뒤 티스톤을 만든 자금은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다. 존 박 사장은 항상 현금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딸 취업은 존 박 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에서 이뤄진 것으로 대가성은 전혀 없는 일이다. 실제 딸은 한달 인턴만 하고 그만뒀다. 존 박 사장은 캐나다 자원개발에 전문성이 높은 인물로, 그의 능력을 믿고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캐나다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티스톤과 아르시아이캐피털의 합작 펀드도 결국 무산됐다. 존 박 사장과 금전 거래 등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필 류이근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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