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27일 서울 율곡로 현대그룹빌딩 원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터뷰]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올해 ‘세수 구멍’이 11조원에 달해 심각한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하태형(57) 현대경제연구원장이 “민간경제연구소는 정부보다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사실상 비판한, 민간경제연구소 대표의 사뭇 이례적인 발언이라 주목을 끈다.
“세수 구멍 올해 상황 더 안좋아
심각한 재정적 타격 불가피 ‘추격성장전략’ 한계 부딪혀
내수 기반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에서 <한겨레>와 만난 하 원장은 “이미 2012년에 2조8천억원, 2013년 8조5천억원, 지난해 11조5천억(추정)의 세수입 구멍이 났고 올해는 더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고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무거운 세금부담-두터운 복지’로 전환할 것인지, 지금의 저복지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나아가 증세를 한다면 소득세 누진 중심으로 갈 것인지 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를 향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관련해 하 원장은 “경제연구원장들끼리 만나면 ‘추격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가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기만 해왔을 뿐 중국 등이 바짝 따라붙어 오히려 추격당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중국 1485개, 일본 231개, 한국 64개로 우리 주력 수출품목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는 “거대 주력 제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 대신에 밑에서 무수히 많은 작은 산업과 기업들이 커 올라오고 있다”며 “의료기기와 2차전지처럼 빠른 속도로 치고올라오는 산업과 품목에 정부가 물을 주고, 햇볕이 가려지지 않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전략의 수정도 강조했다. “외환보유고 증가가 반증하듯 요즘 원화가치가 시장 적정수준보다 저평가되고 있다. 즉, 우리 국민들이 약간씩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출기업을 돕고 있는 격인데, 수출기업의 낙수효과는 줄어들고 경제의 자생력도 흔들리고 있다. 견실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경제학) 출신인 하 원장은 보아스투자자문 대표, 수원대 금융공학대원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4월부터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 1세대’에 속하는, 투자금융 전문가인 하 원장은 금융시스템과 관련해 두 가지를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 쪽에 대해선 “금융당국 임직원들이 시중 금융기관에서 일이 터지면 면책받을 심산으로 미리 온갖 규제를 만들어놓은 뒤 막상 일이 터지면 ‘정해놓은 규제를 안지켜서’라고 손쉽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규제는 줄이되, 1년에 한번 정기검사 나가고 사무실에 앉아 서류로 파악하고 감시하는 업무행태에서 벗어나 자기가 담당하는 금융기관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사전적이고 일상적으로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출자와의 위험분담을 회피하는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은행영업 뒤편엔 정부의 과보호가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심각한 재정적 타격 불가피 ‘추격성장전략’ 한계 부딪혀
내수 기반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에서 <한겨레>와 만난 하 원장은 “이미 2012년에 2조8천억원, 2013년 8조5천억원, 지난해 11조5천억(추정)의 세수입 구멍이 났고 올해는 더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고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무거운 세금부담-두터운 복지’로 전환할 것인지, 지금의 저복지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나아가 증세를 한다면 소득세 누진 중심으로 갈 것인지 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합의를 향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관련해 하 원장은 “경제연구원장들끼리 만나면 ‘추격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가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기만 해왔을 뿐 중국 등이 바짝 따라붙어 오히려 추격당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중국 1485개, 일본 231개, 한국 64개로 우리 주력 수출품목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는 “거대 주력 제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 대신에 밑에서 무수히 많은 작은 산업과 기업들이 커 올라오고 있다”며 “의료기기와 2차전지처럼 빠른 속도로 치고올라오는 산업과 품목에 정부가 물을 주고, 햇볕이 가려지지 않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전략의 수정도 강조했다. “외환보유고 증가가 반증하듯 요즘 원화가치가 시장 적정수준보다 저평가되고 있다. 즉, 우리 국민들이 약간씩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출기업을 돕고 있는 격인데, 수출기업의 낙수효과는 줄어들고 경제의 자생력도 흔들리고 있다. 견실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경제학) 출신인 하 원장은 보아스투자자문 대표, 수원대 금융공학대원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4월부터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 1세대’에 속하는, 투자금융 전문가인 하 원장은 금융시스템과 관련해 두 가지를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 쪽에 대해선 “금융당국 임직원들이 시중 금융기관에서 일이 터지면 면책받을 심산으로 미리 온갖 규제를 만들어놓은 뒤 막상 일이 터지면 ‘정해놓은 규제를 안지켜서’라고 손쉽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규제는 줄이되, 1년에 한번 정기검사 나가고 사무실에 앉아 서류로 파악하고 감시하는 업무행태에서 벗어나 자기가 담당하는 금융기관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면서 사전적이고 일상적으로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출자와의 위험분담을 회피하는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은행영업 뒤편엔 정부의 과보호가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