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국내 3대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30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해, 34년 만에 영업적자를 냈음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하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무산 뒤 이어진 유가급락 사태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정유 사업부문이 워낙 고난의 행군을 하는데다, 석유화학 부문도 중국의 성장둔화와 세계적 설비투자 경쟁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날 2014년 매출 28조5576억원에 영업손실 258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전에 에쓰오일이 연간 실적에서 영업손실을 낸 것은 원유 정제시설이 상업가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혼란이 컸던 1980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의미에선 이번이 첫 영업적자로 평가된다. 부문별로는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에서 69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에선 각각 1820억원, 25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암울한 성적표는 에쓰오일만이 아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2월5일, 이어 지에스칼텍스가 2월 중순께 지난해 실적 발표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증권가에선 두 회사 모두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본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영업적자를 냈다면, 이는 1977년 이래 37년 만에 처음이 된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쪽은 “1977년 영업적자는 석유가격 정부고시제 아래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느라 손실을 감수하고 판매를 한 탓에 일어난 일로, 이번에 영업적자가 나면 실질적으론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에스칼텍스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 차례 적자를 냈으며, 이번에 적자기록을 한 차례 더 추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돈풀기, 2011년 지진해일 및 원전사고에 따른 일본 특수, 유가 급상승 등에 힘입어 한때 ‘대박’을 터뜨렸다. 2011년 국내 정유 3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6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해 국내 정유 3사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만도 2조5835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세계적 공급과잉과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 부문은 2012년 6054억원 적자, 2013년 33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금은 중국의 성장둔화에 자국내 설비투자 확대까지 겹쳐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적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이희철 연구원은 “정유 3사의 2014년 정유부문 적자 합계는 2조4000억원대에 이르고, 석유화학 부문까지 합친 전체 영업실적 합계도 6900억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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