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스트 인수 ‘꼬리문 재앙’
정부 ‘가치 상승’ 주장한 2013년말
석유공사 1730억 긴급지원 확인
정유시설 ‘날’ 매각 1조5천억 손실
은행 차입금 인출한도 ‘간당간당’
정부 ‘가치 상승’ 주장한 2013년말
석유공사 1730억 긴급지원 확인
정유시설 ‘날’ 매각 1조5천억 손실
은행 차입금 인출한도 ‘간당간당’
‘이명박 자원외교’의 재앙으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사업이 부실 자산을 매각하고도 유동성 위기 수준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낙관적 전망으로 개별 사업들의 미래가치를 부풀리기 급급한 현 정부의 대응 방식이 또 다른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나다 석유개발회사인 하베스트가 2013년 12월6일 “2014년 예산편성 결과 1분기 유동성 위기 발생이 예상됨에 따라…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문서와 함께 지주회사인 석유공사에 ‘긴급 구조’를 타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사업 자금이 고갈됐다는 얘기다.
석유공사는 그달 30일 2억 캐나다달러(1730억원가량)를 대출(연 5.3% 금리)해주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하베스트는 3억 캐나다달러를 요청했다. 석유공사는 “본사 자금상황”을 이유로 2억 캐나다달러로 낮추면서 하베스트가 자산을 팔아 1억 캐나다달러를 마련하게 했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하베스트 자금지원 요청서’, ‘대출 계약서’ 등을 통해 확인됐다. 하베스트 경영위기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긴 처음이다.
석유공사가 2009년 인수한 하베스트는 지난해 부실 자산인 정유시설(날·하류부문)을 매각하면서 1조50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비판이 일자 정부는 “하베스트(상류부문의 가치)는 매입 당시 28억 캐나다달러에서 2013년 말 현재 33억 캐나다달러로 상승한 상황이며, 향후 하베스트에 집중 투자 등을 통해 날 손실을 2021년께(향후 7년 뒤) 회수 전망”한다고 밝혀왔다. 산업부가 지난해 말 국정조사 등에 대응하려고 만든 보고서(‘해외자원개발 현황 및 주요 쟁점’)에서였다.
하베스트의 ‘가치가 뛰어올랐다’는 2013년 말, 실상은 위기였다. 2014년 1분기 자금 2.77억 캐나다달러가 부족했다. 정유시설을 매각하는 데 드는 비용, 또 다른 자산인 블랙골드 사업 투자비나 동계 시추비는커녕, 이자비용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였다. 외부 자금 유입은 축소·지연됐고, 블랙골드의 일부 지분 매각도 무산된 탓이다. 하베스트는 당시 “2013년 말 은행차입금 인출액은 (한도 10억 가운데) 9.23억 캐나다달러가 예상”된다며 “본사 지원이 없으면 중장기 현금흐름, 블랙골드 사업의 경제성(도) 악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베스트의 2013년 말 실제 은행차입금 인출액은 7.85억 캐나다달러(6788억원가량)였다. 하지만 날 매각 뒤인 2015년 1월도 7.3억 캐나다달러로 큰 차이가 없다. 하베스트의 2012년 은행차입금 인출액은 4.91억(이때까지 한도 8억), 2011년엔 3.56억 캐나다달러였다. 하베스트는 여전히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최악엔 하베스트 상류부문(석유개발·생산)마저 나앉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석유공사는 2010~2014년 6월까지 14.8억 캐나다달러(1조30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날을 결국 매각했다. 상류부문도 같은 기간 1.8억 캐나다달러(1548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입혔다.
김제남 의원은 “2013년보다 국제 유가가 더 떨어졌고, 미국 가스사들도 상당수 정리될 전망이다. 유동성 위기는 사실상 여전하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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