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마트 성수점에 설치된 알뜰폰 광고. 연합뉴스
이동통신 서비스가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되는 게 아니라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사은품처럼 제공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초부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마트 알뜰폰이 던지는 질문이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이마트 알뜰폰의 고객유치 건수는 5729건으로, 30여개 알뜰폰 사업자(MVNO)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이마트 알뜰폰이 업계 1위 씨제이(CJ)헬로비전과 에스케이(SK)텔링크, 미디어로그, 케이티아이에스(KTIS) 등 이통3사의 자회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마트 알뜰폰이 올들어 강세를 보이는 직접적인 계기는 엘티이(LTE) 요금제 확대다. 지난해까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통신망만 임대해 3G 통신 중심의 상품을 운영해온 이마트는 올해부터 엘지유플러스(LGU+)와 추가로 계약을 맺으면서 엘티이 상품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엘티이 상품 확대만으로 이마트 알뜰폰의 강세를 설명할 수는 없다. 엘티이 상품 강화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점은 통신 서비스를 바라보는 태도다. 기존 통신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 그들이 내는 통신비로 최대한 이익을 남기는 게 핵심적인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다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알뜰폰 통신비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알뜰폰을 통해 이마트 고객들이 더 자주 매장을 방문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마트 알뜰폰은 이마트에서 장을 많이 볼수록 통신요금이 할인되거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추가로 적립되도록 설계됐다. 이론적으로는 최대 월 6만7800원까지 통신비가 할인될 수 있다. 통신비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은 생필품이다. 누구나 사야하는 것들이다. 기왕 봐야할 장을 이마트에서 보면 통신비를 깎아준다는 게 우리 알뜰폰의 개념이다. 알뜰폰 자체는 손해나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가입자 수가 5만여명에 불과한 이마트가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둔 알뜰폰 사업자들과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이처럼 통신비 수익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씨제이헬로비전의 알뜰폰도 이마트와 비슷하다. 씨제이헬로비전은 4일 신규단말 가입고객에게 매달 50%의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요금반값플랜’이라는 서비스를 새로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통신비 할인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런 할인이 가능한 것 역시 씨지브이(CGV), 씨제이오쇼핑, 뚜레쥬르, 빕스(VIPS) 등 씨제이 그룹 계열사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동통신 서비스가 주력 상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 판매를 위한 사은품처럼 활용된다면 통신비는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동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가 국민적인 큰 요구이지만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통신 기업들 외에 다른 기업들이 부수적 편익을 제공하는 통신상품을 내놓으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경쟁이 활성화되고, 통신비도 내려갈 수 있다.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전파사용료 면제를 연장하고 통신망 도매가도 알뜰폰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산정하는 등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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