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순 회장 “회삿돈 700억으로 빚 갚아”
터보테크 분식회계 해명…투자손실 메오는데도 써
터보테크의 700억원대 분식회계는 장흥순 회장이 개인 주식을 사들이면서 생긴 손실을 메우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장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4년 동안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지낸 ‘벤처 1세대’로, 벤처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장흥순 터보테크 회장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00억원의 금융자산이 부풀려진 것은 회사 자금 700억원을 개인 부채상환 등에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0년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권의 상환 요구가 있었고 나중에 해결할 생각으로 회사 예금으로 대신 상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회사가 어려울 때 앤젤투자를 받았던 부분을 되돌려주는 과정에서도 대출을 받았고 이를 해결하는 데도 회사자금을 사용했다”며 “이렇게 쓴 돈이 전체 700억원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변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손실이 난 부분을 메우는 과정에서도 회사자금이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터보테크는 700억원대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갖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현재 금감원의 특별감리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판단착오로 벌어진 일이지만, 한푼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횡령한 돈은 없다”며 “자회사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지분을 이노츠에 팔아 마련한 127억원 모두를 회사 채무변제에 쓰고, 대표이사직과 개인 주식 등 가진 모든 것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벤처업체 관계자는 “회사와 경영인 장흥순은 엄연히 별도인데, 자신의 주식 확보를 위해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새로운 기업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혀온 벤처협회장으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터보테크는 이날 땅과 비상장 유가증권 등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공장자동화 부문과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집중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여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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