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 속에 2005년 이후 제조업 각 품목시장에서 독점화가 현저하게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래 제조업의 각 품목에서 상위 소수기업의 집중도가 지속적으로 약화돼 왔으나, 2005년과 2009년 두 번의 분기점을 거치며 심화 추세로 반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대 중반이후 경제력 집중 다시 강화 대규모 기업집단(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30여년 간 분석해온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이 지난해 9월 펴낸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제조업 전반에 걸쳐 소수 초대형 개별기업의 평균 사업체 규모가 커지고 경제력 집중(출하액 등)이 뚜렷이 심화되는 쪽으로 산업구조적인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광업 및 제조업만 보면, 총 사업체(종사자 10인 이상) 중에서 500명 이상 사업체 비중(개수)이 지난 30년간 대폭 줄었다. 즉 1980년 3%에서 1995년 0.9%, 2000년 0.7%로 떨어졌고, 다시 2006~2011년엔 해마다 0.5%에 불과했다. 반면 이들 개별 기업이 각 품목별로 시장에서 일으키는 매출 규모는 지난 10여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500인 이상 사업체의 출하액 비중은 1980년 59.6%에서 1990년 49.7%, 2002년 43.9%까지 떨어지는 등 경제력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으나, 2003년(44.8%)부터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서 2011년엔 49%까지 높아졌다.
2005년 역전, 독점 시장지배품목 증가 품목별로 보면, 제조업의 총 2천여개 품목 가운데 ‘시장지배적 사업자’(특정 산업에서 시장점유율 상위 1사의 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 품목 수는 1980년 69%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2005년 3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5년부터 다시 역전돼 ‘독점형’이 뚜렷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0년엔 시장지배적 품목수가 46%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조업의 총 2천155개 품목시장에서 점유율 상위 기업의 출하액이 차지하는 비중(2010년)을 보면, 자동차·휴대폰 등 시장규모가 큰 품목일수록 집중도가 매우 높다. 대표적인 시장집중도 지표인 씨알3(CR3·특정 산업에서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 90~95%인 품목은 2006년 91개에서 2010년 104개로, CR3 95% 이상 품목은 같은 기간 348개에서 536개로 크게 늘었다. CR3 95% 이상 품목이 전체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6%에서 24.9%로 늘었다.
특히 상위 1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독점형’은 699개(2010년 기준·출하액 비중 27.2%),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고위과점형’은 297개(출하액 비중 22.4%)다. CR3가 30% 미만인 ‘경쟁형’은 206개(출하액 비중 17.75)에 그친다. 이재형 위원은 “2005년 이후는 그 이전의 추세와 정반대로 기존 진입기업들의 집중도가 현저히 높아지는 독점화가 뚜렷이 진행된 시기였다”며 “다만 최근 7~8년 사이의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 변화인지 판단하는 건 아직 성급하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고집중 산업 재상승 2005년 이후 제조업 독과점 추세에서 또 한번 발생한 주요 변곡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기다. 위기 이후의 회복기를 제조업이 주도하면서 경제력 집중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2010년, 시장규모 5조원 이상인 ‘초대형 품목’시장의 경우 69%가 시장지배적 사업자(CR3 75% 이상) 품목이며, 정유(출하액 32조원)·스마트폰(17조원)·모니터용 엘시디(LCD·12조원) 등 상위 10대 초대형 품목 가운데 자동차 차체부품을 제외한 9개가 CR3 80% 이상인 ‘고집중’ 산업이다.
CR3 90% 이상인 ‘고집중 품목’ 비중은 1980년 52.1%에서 2005년(18.5%)까지 일관되고 극적으로 줄었으나 2005년을 정점으로 재상승하기 시작해 2006년 23.4%(총 1천874 품목 중 439개)로 늘어났다.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인 2010년엔 29.7%(총 2천155품목 중 640개)까지 대폭 높아졌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서로간의 담합이 깨지고 승자독식 경향이 강화되면서 고집중 품목의 비중은 커지고 저집중 품목 비중은 낮아지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초대형기업 경제 공헌 줄어…공정위 책무 다했나? 그러나 독과점 초대형 기업들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공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벌대기업의 ‘고용창출 없는 성장’과 ‘고용확대 임무의 방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대형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부문의 생산성 지표도 대폭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부문의 매출액 대비 부가가치의 비율은 1995년 44.4%로 정점에 이른 뒤 지속적으로, 또 빠른 속도로 하락해 2008년엔 1980년(34.1%)을 밑도는 33.1%로 낮아졌다. 2011년엔 32.2%로 더 떨어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